회갑맞는 서영은씨에 후배문인들 산문집-소설집 헌정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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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창동 집에서 열린 소박한 와인 파티에서 서영은씨(사진 중앙)가 후배 문인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서울 평창동 집에서 열린 소박한 와인 파티에서 서영은씨(사진 중앙)가 후배 문인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18일 회갑을 맞는 소설가 서영은에게 최근 두 권의 책이 바쳐졌다. 그와 세월을 함께한 이들이 쓴 산문을 모은 ‘그 꽃의 비밀’(이룸)과 청년 작가 12명의 헌정 소설집 ‘그대에게 꽃을…’(시공사). 사람 좋아하고, 넉넉히 끌어안는 서영은의 후덕(厚德)함이 후배와 제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한 까닭이 아닐까.

산문집은 수필가 이난호, 소설가 이명신, 이경희 공무원연수원 객원교수 등 5명이 모여 ‘꾸민’ 일이다. 그들은 서영은이 한때 강의를 나갔던 한국문학학교(교장 김정환)의 제자들이다. 제자들은 서영은에게 어떻게 회갑을 기념하면 좋겠는지 물었지만 그는 “절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그래서 시인 김정환, 소설가 김형경 등과 상의해 가면서 선생 몰래 산문집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30명으로 명단을 정했는데, 점차 “나도!” “나도!” 하며 기꺼이 원고를 ‘내미는’ 이들이 많아 50명을 꽉 채웠다. 그의 까마득한 후배들인 소설가 전경린 하성란, 시인 김소연뿐만이 아니었다. 소설가 최정희의 문하생들로 이뤄진 40년지기 ‘정릉 친구들’ 모임의 소설가 양문길 김문수 김지원, 시인 이제하 등 ‘같이 나이 들어 가는’ 친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에 동참했다.

봄비와 어둠에 젖어가는 오후, 서영은은 와인 한 잔 하자며 몇몇을 불렀다. 덧붙여 일본 여행에서 사온 청어알이 너무 좋다는 그의 이야기에 솔깃한 한국문학학교 제자 두어 명과 문예지 ‘문학인’의 김완준 주간 부부, 산문집에 글을 쓴 시인 김경미, 화가 황인이 모였다.

서영은은 “나는 책을 헌정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여럿이 같이 마음을 모아 한 일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책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손사래를 쳤다.

여러 병의 와인이 소진되고, 중국 요리가 담긴 여러 개의 접시들이 싹싹 비워진 뒤 그는 “춤을 추고 싶다”고 했다. 모두 춤을 추러 갔다. 그의 정열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났다.

이튿날, 헌정소설집을 추진한 심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선생과 나는 기질적으로 닮았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애잔한 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투박스럽게 세상을 살아가는 모양이 닮았다는 뜻이다. 대학에 출강을 나가 제자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학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도 아닌 그에게 하루라도 더없이 기쁜 날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꽃미남들’의 소설집을 만들어서 우리의 연정을 추파로 던져보자”고 작가들에게 제안했다. 소설가 조용호와 함께 청년 작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뜬금없는 전화였지만 취지를 설명하자 작가들은 흔쾌히 동참했다.

서영은은 ‘그 꽃의 비밀’에서 글을 써준 이들에 대해 짧은 인물평을 붙였다. 심상대는 같은 식으로 그에 대해 한 마디 했다. “고고한 품격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개구쟁이 소녀 같은 돌발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두 권의 책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는 15일 오후 7시 서울 평창동 포 포인츠 서울호텔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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