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성선 시인 2주기 기념 김양수화백 산시화집 펴내

  • 입력 2003년 4월 27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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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화백이 이성선 시인의 산시에 자신의 수묵화를 넣어 출간한 산시화집 '산'.
김양수 화백이 이성선 시인의 산시에 자신의 수묵화를 넣어 출간한 산시화집 '산'.
‘입고 갈 수 있는 누더기 한 벌. 이 얼마나 고마운 세상인가. 달빛 속을 걸을수록 누더기는 눈부시다. 이제는 달빛 길로만 가리라.’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선(仙)의 세계를 추구했던 시인 이성선(1941∼2001)의 2주기(5월 4일)를 맞아 그의 ‘산시(山詩)’와 김양수 화백(43)의 수묵화가 만난 산시화집 ‘산’(시와시학사)이 출간됐다. 이와 더불어 산시화전이 5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불화(佛畵)로 널리 알려진 김 화백은 작고한 이 시인의 시를 우연히 접하고 그만 시에 취했다. 그의 시를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시를 읽었다.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의/ 마음 꽃 한송이’(‘반달’)라는 시를 보고 화백은 붓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김 화백은 “내 붓질에 힘이 들어가 있어 이 시인의 맑은 여백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우선 힘을 빼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1500부 한정판으로 제작한 시화집 ‘산’ 자체도 하나의 ‘예술품’이다. 수묵화의 맛을 살릴 수 있는 고급 마분지와 반양장제본으로 만들었다. 일반 시집에 비해 파격적인 가격(4만9000원)이지만, 통상 책의 정가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인데 비해 이 책은 40%를 넘어설 정도로 품을 많이 들였다. 산시화전의 개막 행사에 참석한 한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일을 어떻게 했느냐”고 혀를 찼다.

이번 산시화집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강남점 인터넷서점에서만 독점 판매된다. 강남점 개장을 기념해 기획된 행사로 이 시화집을 위한 특설 코너가 서점 내에 마련될 계획이다.

‘시와시학사’의 최명애 사장은 “서점의 시 코너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오래 남을 수 있는 꽃(시)’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생겨 기쁘다. 이 곳으로부터 문학의 희망이 싹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비품이 아닌 소장하고 싶은 시집을 내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산시화집 '산'중에서. ▼

산시화집 '산 중에서. -사진제공 시와시학사

위험한 사람

멀리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

산은 멀리 있고

마음의 산은 더 멀리 있는데

그곳에 네가 있고

네가 있는 곳에

그리고 그 너머에

다시 내가 있는데

먼산을 바라보는 것은

사랑하는 것보다 위험하다

먼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버린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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