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개교절' 앞둔 원불교 최고지도자 이광정종법사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02분


28일은 원불교의 최대 명절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 소태산 박중빈(朴重彬·1891∼1943) 대종사가 전남 영광에서 일원상(一圓相)의 진리를 깨닫고 원불교를 세운 날이다.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원불교 최고 지도자 좌산 이광정(李廣淨·67·사진) 종법사를 최근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났다.

원불교의 최대 현안은 영광의 성지(聖地) 인근이 핵폐기장 건설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된 것. 지난해 말 7000명의 교무(원불교의 성직자)가 모여 반대시위를 할 정도로 교단 내 반발이 심하지만 정작 이 종법사는 차분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도 전기 쓰고 사는 입장에서 핵발전소 운영에 따른 방사능폐기물 처리 시설 건설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 없지만 좁은 땅에서 앞으로 후손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시설을 짓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관리상 어려운 점은 있겠지만 외딴섬에 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느 쪽을 100% 만족시켜 줄 순 없지만 지금의 현실 속에서 가장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의 균형적 사고방식은 이라크전에 대한 시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불교 성직자 가운데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미국이 여러 핑계로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것은 올바른 ‘강자의 길’을 외면한 겁니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역시 국민을 위해 스스로 굴욕을 감수하지 않고 온 나라를 전쟁으로 내몬 것 역시 ‘약자의 길’을 외면한 겁니다.”

명분만으로 한 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쉽지만 현실은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말씀은 깊이 새겨들을 만했다.

그는 종교도 이처럼 ‘진리적’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을 원리에 맞게 쓰면 유용한 도구가 되지만 거스르면 화마로 변하듯이 합리적으로 종교를 믿어야 은혜가 있지 맹신하면 거꾸로 화를 입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라신이 미국을 패망시킬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스스로를 패망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일반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법문은 단 한 가지. ‘모든 것이 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처음 한가지 생각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모든 화복의 근원이 됩니다. 처음 생각이 들 때 잘 다스려야 합니다. 항상 깨어있는 ‘유념(有念)’의 자세로 마음을 계발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익산=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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