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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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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수준 높은 역사서가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최 교수는 2일 이 책의 번역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징비록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군무를 총괄한 도체찰사(都體察使)로서 이순신(李舜臣), 권율(權慄) 등 명장을 등용해 왜군을 격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1542∼1607) 선생이 저술한 책으로 임란과 전후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최 교수는 1997년 서울 용산의 미국 메릴랜드대 서울분교 초빙교수로 한국문학을 가르치면서 영어로 번역된 한국의 역사서가 거의 없어 외국 학생들이 한국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우리 고전을 영문번역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당시의 국내상황이 임진왜란 때의 국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징비록을 선택, 영문번역을 시작해 5년 만에 끝냈다.
“징비록 서문에 ‘지난 일을 징계하여 후에 근심이 있을까 삼가노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400여년 전에 국난을 겪고서도 크게 반성하지 못하는 우리를 경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10여권의 소설과 시, 평론 등을 써온 최 교수였지만 징비록 번역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당시 관직과 제도의 명칭을 영어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조선시대 관직을 다룬 서적을 뒤지고 미국의 교수들이 쓴 조선의 제도, 병법 등 연구논문을 분석한 끝에 책 뒤편에 3페이지의 ‘용어해설모음’을 실을 수 있었다.
또 본문에 등장하는 200여명의 인물들을 설명하는 주석(註釋)을 다는 작업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최 교수는 “이 책이 한국학을 연구하는 세계 여러 나라 학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고 국내의 후학들이 더 많은 고전 번역에 도전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2007년 발간을 목표로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이 치민(治民)에 대한 도리를 제시한 ‘목민심서’에 대한 영문번역 작업도 벌이고 있다.
최 교수는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징비록 영역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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