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체험! 오프로드…200m 가는데 20분

  • 입력 2003년 3월 27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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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랜드 광장에 마련된 구덩이에 빠졌다가 힘차게 빠져나오는 4륜구동의 랭글러 지프. 구덩이는 '날아서' 넘어야 한다. 일단 뒤로 물러섰다가 과감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발을 떼면 관성에 의해 차가 허공으로 살짝 뜨면서 둔덕을 넘어가는 것.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오프로드 랜드 광장에 마련된 구덩이에 빠졌다가 힘차게 빠져나오는 4륜구동의 랭글러 지프. 구덩이는 '날아서' 넘어야 한다. 일단 뒤로 물러섰다가 과감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발을 떼면 관성에 의해 차가 허공으로 살짝 뜨면서 둔덕을 넘어가는 것.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연천-오프로드 랜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험난한 산길을 달리며 즐기는 짜릿한 기분, 어떤 장애물이 튀어나올지 몰라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이 매력인 오프로드 주행.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던 16일 경기 연천군 전곡읍 늘목리 감악산 자락에 있는 오프로드 전용 체험장 ‘오프로드 랜드’를 찾았다.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친 오프로드 랜드 중앙의, ‘광장’으로 불리는 너른 공터로 들어서니 20여대의 4륜 구동 차량들이 한창 진흙구덩이 등을 통과하고 있었다.

국내에 지프 등 레저용 차량(RV)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난 3, 4년간 오프로드 동호인들이 급증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수가 파악되지는 않는다. 인터넷의 오프로드 인기 동호회 사이트(offroad.co.kr)의 월 방문자 수가 매달 14만명이 넘는 것으로 그 규모를 짐작할 따름이다. 4월 12, 13일에는 오프로드 랜드에서 차량 50여대가 참가하는 오프로드 경주 ‘탑크롤러 챔피언십 1차 대회’가 열린다.

한 오프로드 동호회원이 자신의 코란도를 몰아 '바위타기' 를 즐기고 있다. 마니아를 위한 고 난이도 코스.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코스에 대한 탐색전 삼아 막 주행을 시작하려는 동호회 회원들에게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뜻밖에도 여성 동호회원이 자청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오프로드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이현경씨(30)는 기자의 미심쩍어하는 속내를 알아챘는지 ‘일침’을 가했다. “오프로드는 힘이 아니라 차의 한계와 코스특성을 알고 요령있게 운전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오히려 섬세한 여성들이 즐기기에 더 적합한 레저다.”

시작부터 ‘일격’을 당하며 이씨의 코란도에 동승했다. 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차가 튀어나갔다. 순간 우지끈하며 바닥에 무엇인가가 긁히더니 기우뚱거리던 차가 이내 멈춰 섰다. 돌무더기에 빠진 것이다.

탈출을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다 보니 앞뒤로 부딪치는 커다란 돌덩이들 때문에 마치 덤프트럭에 받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손잡이를 움켜잡았지만 끊임없이 요동치는 차체의 흔들림에 엉덩이가 쉴 새 없이 떴다가 내려앉으면서 온 몸이 출렁거렸다. 이씨는 차체에 손상을 입히는 돌무더기를 개의치 않고 능숙한 솜씨로 기어 변경과 핸들링을 하며 침착하게 빠져 나왔다.

급경사 언덕 뒤로 보이는 오프로드랜드 전경. 바위와 진흙탕길, 구덩이 등 실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장애물코스가 마련돼 있다.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이씨에게 간단한 주행요령을 들으며 코스를 돌다보니 광장 여기저기에서 오프로드의 진수를 보여주는 풍경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깊이 2m, 길이 4m가량의 구덩이에 빠진 자동차가 30도 안팎의 경사진 오르막길 등판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흙더미에 빠진 앞 타이어는 가속 페달을 밟을수록 오히려 더 깊은 골을 만들며 마치 늪에 빠지는 형상이 됐다. 무리해서 탈출하려다 타이어 축이 모두 휘어져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실전에 나섰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핸들을 두 손으로 잡아야한다는 것. 한 손으로 운전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핸들을 놓쳐 속수무책. 사고확률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호회원의 차를 따라 입구 오른쪽에 마련된 코스로 진입했다. 30도 안팎의 경사도에 200m가량의 짧은 코스지만 곳곳에 깔린 날카로운 돌무더기와 좌우로 돌출된 바위가 위협적이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차가 바위에 긁히는 소리는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 돌을 타 넘어 가야 할 지 피해가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만만해 보이는 크기의 돌을 타고 넘어서는 순간 바로 이어지는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전 후진을 반복하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요지부동, 앞서가던 동호회원이 다가와 허공에 뜬 타이어에 각목을 받쳐주는 응급조치 끝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200m 코스 통과에 걸린 시간은 20분.

다음에는 입구 오른쪽에 있는 폭 2m에 ㄱ자로 휘어진 진흙탕 코스로 향했다. 진흙탕에 진입하기 전에는 차에서 내려 장애물이 있는지 여부와 물의 깊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일단 진입하면 멈추지 말고 그대로 전진하는 것이 기본이다. 진흙코스는 돌길과 달리 차체 손상이 없지만 미끄럽기 때문에 핸들링을 아무리 잘 해도 바퀴가 따로 놀거나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은근히 ‘고생’을 기대했지만 크라이슬러사가 체험취재를 위해 제공한 배기량 4000cc의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어려움없이 물살을 가르며 싱겁게 코스를 빠져 나왔다.

다음 코스는 언덕치기. 정식 오프로드 라인은 아니지만 순간적인 짜릿함을 즐기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 코스다. 30m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경사가 40도에 이르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 운전 미숙으로 전복사고를 당한 운전자도 몇 있었다고 했다.

언덕을 올라갈 때 주의할 점은 전방을 살펴 장애물이나 구덩이가 없는 일직선 코스를 선택할 것, 멈칫거리지도 브레이크를 밟지도 말고 끝까지 직진할 것 등이다. 운전자가 긴장을 하면 아주 사소한 장애물에도 당황해서 핸들을 꺾게 된다. 직진하면 차의 무게중심을 양쪽 뒷 타이어가 지탱해주지만 핸들을 틀면 한쪽 타이어에 무게중심이 쏠려 그대로 뒤집히면서 굴러 떨어진다.

심호흡을 한 뒤 가속페달을 밟으니 차체가 뒤로 심하게 기울며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쏠리는 핸들을 다잡아가며 계속 가속페달을 밟았다.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다보면 운전석 앞으로 하늘만 보인다는데 잔뜩 긴장한 기자의 눈 앞엔 하늘은 커녕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교육받은 대로 가속페달에서 서서히 발을 떼 속도를 줄였다. 올라가는 순간 당황해서 속도 조절을 못하고 계속 직진하면 반대편 계곡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너무 단숨에 올라와 버렸다는 아쉬움도 잠시, 내려갈 일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4L에 1단기어를 놓고 주행을 시작했다. 앞바퀴가 내리막 경사면에 닿는 순간 차체가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가 레일을 타고 올라가 서서히 출발점에 들어섰을 때의 긴장감과 같은 느낌이었다. 마침내 뒷바퀴마저 내리막 경사면에 닿자 차체가 급속하게 앞으로 쏠리면서 미끄러지듯 하강을 시작했다. 가속이 붙는 느낌에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으니 차가 휘청거리며 미끄러진다. 재빨리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단단히 움켜쥔 핸들로 중심을 잡은 후 엔진브레이크로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며 평지로 내려섰다.

평지에 닿는 순간 비에 젖은 흙길이 비단길처럼 아늑하게 느껴졌다. 이런 맛에 오프로드를 즐기는 것일까.

● 오프로드 랜드

오프로드 랜드(운영자 박정조)는 10년 전까지 채석장으로 쓰이던 3만평 규모의 부지를 오프로드 체험장으로 개조한 시설이다. 가파른 언덕, 진흙구덩이, 바윗길에 이르기까지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고루 갖추어져 있다. 현재 일반인에게 무료 개방되고 있지만 정비시설, 야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후 4월 중순부터 유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입장료는 1만원, 오프로드용으로 꾸민 4륜 구동차를 대여해주고(2시간에 5만원) 초보자를 위한 오프로드 강좌도 열 계획이다. 문의 031-832-5524, 017-751-2874

tjrry@donga.com

▼자연 오프로드 평창 삼양대관령목장

23일 삼양대관령 목장 1단지 내 동해전망대 부근의 풍경. 봄 햇살은 내리쬐는데 여전히 눈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3m 높이로 쌓인 ‘설벽’도 이채롭다.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강원 평창군 삼양대관령목장 안에는 목장의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27㎞ 길이의 순환도로가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오프로드 랜드’와 달리 자연이 만들어 놓은 오프로드 코스다.

600만평 부지에 군데군데 키 작은 소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텔레비전 드라마 ‘야인시대’ ‘가을동화’, 영화 ‘중독’ ‘연애소설’ 등의 촬영지로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삼양대관령목장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봄이 가고 여름이 다 되도록 뒤덮여 있다. 적어도 6월 초순은 되어야 다 녹아 내린다. 때문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쪼이는 봄에도 한겨울의 운치를 맛보며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 비료포대 한 장만 있으면 수북하게 쌓인 눈밭에서 마음껏 눈썰매도 탈 수 있다.

23일 목장 입구로 들어서니 도로 양 옆으로 도열한 약 1m 높이의 눈기둥들이 마치 조각품 같다. 해발 800m의 매표소를 지나면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1단지, 왼쪽이 2단지로 불린다. 어느 길을 택하든 한 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한 쪽으로 나올 수 있지만 당분간은 일주가 불가능하다. 목장 정상에 있는 소황병산 자락(해발 1470m) 약 2㎞의 구간의 제설작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2단지쪽 코스를 택했다. 초입부터 만만치 않았다. 얼음길 도로 양 옆으로 바퀴 자국만 움푹 패어 있다. 좁게 팬 바퀴 자국을 따라가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길이 워낙 미끄러워 차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면서 핸들 조절이 안 됐다.

얼음길을 지나 나타난 진흙길도 미끄럽기는 마찬가지. 시골길처럼 평탄해 보이지만 곳곳에 바퀴가 푹 빠지는

웅덩이가 있다. 핸들은 반드시 두 손으로 잡아야 하고 안전띠는 필수다.

차를 더 몰아 삼정호수 부근에 도착하니 언제 험로를 달려왔느냐는 듯 코발트빛 하늘 아래 펼쳐진 설원 풍경이 평화롭다. 이곳은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좌진 장군이 말을 타고 만주벌판을 달리던 장면의 촬영지다. 승용차를 타고 올라온 연인들이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눈썰매를 즐기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작품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차를 되돌려 1단지로 향했다.

2단지 길이 계곡과 산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풍경을 자아낸다면 1단지 길은 완만한 능선의 초지와 하늘이 맞닿아 독특하면서도 이국적인 모습이다. 특히 도로 양 옆으로 차 높이보다 훨씬 높게 쌓인 설벽의 풍경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그러나 군데군데 가파르고 험한 코스가 많아 눈이 다 녹아 내리기 전까지는 승용차로 진입하기에는 무리다.

1단지 코스에는 강릉 경포대, 주문진, 연금천 등 동해안 명승지와 목장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동해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는 일출이 일품이다. 또 목장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중동초지도 있다. 해발 1100m인 이곳은 풀들이 푸른 바다처럼 넘실거린다.

27㎞ 순환도로를 일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중간중간 펼쳐지는 풍경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깝다면 이곳에서 1박을 하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다. 목장 안에는 22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고 취사도 가능하다. 8인용 일반실은 6만원, 특실은 8만원. ‘가을동화’에서 은서의 방으로 등장했던 방은 숙박료가 17만원이지만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5월 한달간 ‘봄철 야생화 얼레지꽃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얼레지꽃은 대관령 지역에서 자생하는 봄꽃 중 가장 빨리 피는 아름다운 봄꽃이다. 축제기간에 방문하면 목장에 만발한 얼레지꽃과 방목하는 젖소들이 어우러져 있는 초지를 감상하며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입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목장측에 따르면 주말에 오프로드를 즐기러 찾아오는 차량은 70∼ 80대, 성수기엔 100여대 이상 몰려든다. 주로 4륜구동 차량이 대부분이지만 운전수칙만 잘 지키면 승용차로도 얼마든지 도로를 일주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하면 새벽이나 야간에도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천연 오프로드 코스에 비해 비교적 평탄한데다 오프로드 중 차가 빠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즉시 구조해주기 때문에 오프로드 초보자들에게 권할 만한 곳이다. 이곳을 관리, 운영하고 있는 ㈜해피그린(happygreen.net)의 김영교씨는 “4월 중순이면 제설작업이 마무리되며 그 즈음이 계곡의 눈과 푸른 초원을 동시에 즐기기에 최적기”라고 말했다. 목장 입장료는 4500원. 문의 033-336-0885

평창=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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