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끝나지 않는 전쟁' 그림책 내는 정유진씨

  • 입력 2003년 3월 25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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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끝나지 않는 전쟁(Never Ending War)’쓴 동화작가 정유진씨와 그림(왼쪽).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결코 끝나지 않는 전쟁(Never Ending War)’쓴 동화작가 정유진씨와 그림(왼쪽).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왼손잡이 공화국과 오른손잡이 합중국은 자신들이 더 우수한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다. 왼손잡이 나라 임금님의 생일파티에서 사소한 말다툼을 시작한 두 왕은 서로 지기 싫어해 전쟁을 선포한다.

하지만 그 전쟁은 비참했고, 두 왕은 곧 후회하고 전쟁을 멈추길 바라며 서로 악수를 청한다. 그러나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악수가 쉽지만은 않은데….’

일러스트레이터 정유진씨(28)가 영어로 쓴 그림책 ‘끝나지 않는 전쟁’(Never Ending War)의 내용. 이 책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사계절출판사에서 우리말로 나올 예정. 그는 이 책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영국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왜 전쟁이야기를 썼나?

“아이들에게 굳이 전쟁에 관한 얘길 들려줄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책 평론가들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독서능력과 이해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의 그림책이 TV나 영화, 게임보다 단조로워지고 재미없어지게 됐고 그 결과 아이들의 독서량 감소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전쟁에 관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워크숍의 결과…?

“지난해 8월과 10월 인천의 ‘이야기 나라’ 유치원과 서울의 ‘꿈나무’유치원에서 28명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두 왕의 다른 모습을 잘 이해했는데 두 왕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악수를 하는 방법)으로 ‘양손을 모두 흔들기’(42%) 안아주기(28%) 만져주기(21%) 어깨동무(7%) 춤추기(7%)를 제안했고 만 6세의 남자아이는 ‘계속된 전쟁’을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헤이든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의 독서클럽 7명과도 워크숍을 진행했다.”

―영국과 우리나라 아이들의 반응은 서로 다른가?

“당시는 물론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그때도 9·11 테러 때문에 여전히 시끄러웠다. 영국 아이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당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나 양국 아이들보다 교사들의 차이가 더 컸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아이들이 폭력적이 되거나 두려워할 것을 걱정해 많은 부분 감싸 두는 반면 영국 교사들은 아이들 역시 정보를 받아들일 권리가 있으며 아이들도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많은 사실을 알게 되리라는 것을 인정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가 아니라 이라크전같이 실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특하다. 또 혼자 그런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내는 것보다 교사나 부모를 통해 알아내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이 얘기는 내 말이 아니라 내가 인터뷰한 헤이든초등학교 읽기교사 닉 밀스의 말이다. 그는 아이들 역시 세상에 좋지 않은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얘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이들에게 모든 전쟁에는 양면이 있음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충분히 설명해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무지개 뜨는 언덕에서 손잡고 화해하는 임금님들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전쟁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지만 무자르듯 쉽게 끝낼 수도, 쉽게 누구편을 들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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