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에 ‘여성의 손’도 한몫”, 항공우주硏 임효숙 박사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07분


코멘트
“여자가 전투기 조종사도 하는 세상인데 과학자가 뭐 어렵나요. 그들은 목숨을 걸고 저는 자존심을 걸었죠. 앞으로 국내 항공우주 분야에도 여성의 진출이 더 늘어날 겁니다.”

국내 항공우주과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고위 직책을 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임효숙 박사(42·사진)가 그 주인공. 그는 최근 원격탐사그룹장이 됐다. 원격탐사는 위성 자료를 통해 지형도를 그리거나 땅 밑에 묻혀 있는 지하자원을 찾는 일이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임 박사는 96년 항우연에 여자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소에 있는 여자 연구원이 17명으로 늘었다. 남자들의 일로 알려진 항공공학, 전자 등 분야도 다양하다.

“연구소가 워낙 큰 프로젝트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에 쫓겨요. 다른 곳에 있는 친구가 제 연구소를 보더니 군대 같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가족 같은 분위기인데.”

임 박사는 99년 한국의 첫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1호’를 발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위성을 발사해 하늘에서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원격탐사그룹을 국내 위성자료 연구의 중심지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그녀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남학생 틈에서 살다 보니 남자처럼 행동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미국 유학 시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여성의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갖고 싶어졌다고 한다.

“자기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은 없어요. 여자가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아도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수죠.”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