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39>蕭 規 曹 隨(소규조수)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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蕭 規 曹 隨(소규조수)

稱-일컬을 칭逸-숨을 일 膾-회 회

傑-인걸 걸典-법 전 踏-밟을 답

막역한 우정, 뛰어난 재능, 또는 기묘한 인연 등으로 두 사람이 병稱(병칭)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을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宣祖(선조) 때의 李恒福(이항복·1556-1618)과 李德馨(이덕형·1561-1613)은 鰲城(오성)과 漢陰(한음)으로 병稱된다. 두 사람은 뛰어난 기지로 수많은 逸話(일화)를 남겼다.

중국을 보자. 管仲(관중)과 鮑叔牙(포숙아)의 막역한 우정을 뜻하는 ‘管鮑之交’(관포지교)는 지금까지 미담으로 膾炙(회자)되고 있으며 李杜(이두)는 不世出(불세출)의 대시인 李太白(이태백)과 杜甫(두보)를 말한다.

漢(한)나라 초 蕭何(소하)와 曹參(조삼)은 蕭曹로 불린다. 둘 다 劉邦(유방)을 도와 漢나라를 세운 특등 功臣(공신)인데 특히 蕭何는 張良(장량), 韓信(한신)과 함께 漢初三傑(한초삼걸)로 불려지기도 하며 秦(진)이 망하고 劉邦이 項羽(항우)와 천하를 다투었던 5년간의 楚漢之爭(초한지쟁)에서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다.

그는 사람을 알아보는 데도 뛰어나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韓信을 발탁하여 劉邦에게 薦擧(천거)하였으며 후에 韓信이 대우에 불만을 품고 도망치자 붙잡아 와서는 劉邦에게 ‘천하를 노릴 생각이시라면 그 외에는 마땅한 인물이 없습니다’고 강력 薦擧했던 逸話는 유명하다.

기원전 202년, 漢이 서자 蕭何는 승상이 되어 한고조를 도왔으며 漢나라의 각종 典章制度(전장제도)와 일체의 法律(법률)을 마련하여 開國(개국)의 기틀을 다졌다. 이 때 그가 치중했던 것은 전쟁으로 피폐된 民心을 어루만져주는 것이었다. 사실 春秋戰國(춘추전국) 500년의 전쟁에 이은 秦(진)의 16년 폭정에다 5년간의 내전으로 백성들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토목사업이 아니라 休養生息(휴양생식)이었다.

蕭何가 죽자 曹參이 승상에 올랐다. 그는 蕭何의 충실한 繼承者(계승자)였다. 종전 蕭何가 닦아놓은 틀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踏襲(답습)하였으며 오히려 노장의 無爲淸靜(무위청정)을 더욱 강화함으로서 상처받은 民心을 치유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漢나라는 부흥의 기운을 띄게 되어 소위 ‘文景之治’(문경지치)에 이어 불세출의 제왕 漢武帝(한무제)가 등장하게 된다. 이리하여 蕭規曹隨라면 전임자의 정책을 변화없이 충실히 계승하는 것을 말하게 되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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