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2월 25일 16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949년 5월호 ‘어린이’지에 실린 현동염의 글을 일러스트레이터 이억배씨가 일년여의 작업끝에 아름다운 우리나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조용한 농촌풍경하며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우직한 황소의 이미지, 겁 많은 파리와 간들거리는 모기의 성격이 그렇게 한국적일 수가 없다. 이솝우화 같은 풍자와 교훈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국적 맛까지 음미할 수 있다.
놀고 먹으면서 남의 피나 빨아먹는 모기나 파리로서는 늘 열심히 일하고 먹는 황소가 미련스럽기 짝이 없는 꼴상이다. 순하고 어리석은 놈들을 등쳐 먹는 데 이력이 난 모기는 황소피쯤 빨아먹는 일은 나무것도 아니라는 듯 으스댄다.
모기의 짓거리에 분이 난 황소는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도 한 방에 때려눕힐 궁리를 한다. 결국 황소의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모기를 보고 파리는 줄행랑을 친다.
“그놈이 그처럼 남을 깔보고 남을 속이고 남의 피를 마음껏 탐내더니 그에 소 벼락을 맞고 말았구나.”
첫장과 마지막장 황소의 눈매가 압권이다. 느긋한 표정이 한결같다. 현동염은 소파 방정환의 수제자.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