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5월호 ‘어린이’지에 실린 현동염의 글을 일러스트레이터 이억배씨가 일년여의 작업끝에 아름다운 우리나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조용한 농촌풍경하며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우직한 황소의 이미지, 겁 많은 파리와 간들거리는 모기의 성격이 그렇게 한국적일 수가 없다. 이솝우화 같은 풍자와 교훈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국적 맛까지 음미할 수 있다.
놀고 먹으면서 남의 피나 빨아먹는 모기나 파리로서는 늘 열심히 일하고 먹는 황소가 미련스럽기 짝이 없는 꼴상이다. 순하고 어리석은 놈들을 등쳐 먹는 데 이력이 난 모기는 황소피쯤 빨아먹는 일은 나무것도 아니라는 듯 으스댄다.
모기의 짓거리에 분이 난 황소는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도 한 방에 때려눕힐 궁리를 한다. 결국 황소의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모기를 보고 파리는 줄행랑을 친다.
“그놈이 그처럼 남을 깔보고 남을 속이고 남의 피를 마음껏 탐내더니 그에 소 벼락을 맞고 말았구나.”
첫장과 마지막장 황소의 눈매가 압권이다. 느긋한 표정이 한결같다. 현동염은 소파 방정환의 수제자.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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