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미술을만나다…한길사-교보생명 강남타워 건축美 눈길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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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리츠칼튼호텔에서 내려다 본 교보생명 신축건물. -전영한기자
강남리츠칼튼호텔에서 내려다 본 교보생명 신축건물. -전영한기자
‘건축과 미술의 만남’.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새로 완공된 출판사 한길사 건물이나 3월 완공되는 강남 교보타워 건물은 건물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품을 연상케 하고 내부는 미술관을 연상시킬 만큼 많은 미술품들이 전시된다.

지난해 12월 완공된 한길사 건물은 책을 오브제로 한 대형 설치 작품이라 할 만하다. 네 권의 책을 세워 놓은 모양의 이 건물은 외벽 전체를 동판으로 뒤집어 씌웠다. 동판이 세월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재료라는 점에 착안, 시간을 건물에 새기고 싶었다는 것이 김언호 사장의 설명. 앞마당에는 조각가 최은경씨가 스텐레스 스틸로 책을 눕히거나 세워서 만든 대형 작품 2점이 눈에 띄어 출판사라는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네 개의 직육면체 빌딩은 널빤지 모양의 복도를 이용해 대각선으로 서로 연결된다. 빌딩과 빌딩사이 공간이 뜨기 때문에 복도 쪽 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바깥이다. 사무실하면 떠오르는 답답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안,밖이 언제나 소통할 수 있는 있도록 했다는 건축가 김헌씨의 설명. 여기에 원목 바닥과 벽지를 바르지 않고 배선을 그대로 노출시킨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 내부 분위기를 한층 모던하게 만든다.

한길사측은 자투리가 많은 건물 곳곳을 미술 갤러리처럼 꾸며 놓았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독서 공간을 결합한 ‘갤러리 북스토아’ 개념으로 3층에는 일반 서적, 2층에는 디자인 서적, 1층에는 어린이 책을 주로 갖다 놓을 예정. 실내 곳곳에는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미술애호가이기도 한 김사장이 국내외 출장길에 모은 소품들이 대부분이다. 지하 60평 공간은 공연장으로 꾸밀 생각이다.

사장실에 들어서면 창문을 사람의 앉은 키 눈 높이에 맞게 길게 내서 바깥 풍경이 하나의 산수화처럼 보이게 한 점도 눈에 띈다.

김사장은 “화장실을 가더라도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실용적인 면에서는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상식을 깨는 발상이 지적 자극을 준다는 생각으로 건물을 지었다”며 “단순히 출판사 건물이 아니라 역사와 미술이 함께 하는 문화통합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서울 서초동 교보생명 강남타워 역시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품이다.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에서 이례적으로 25층짜리 적벽돌 쌍둥이 건물이라 쉽게 눈에 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스위스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을 디자인하기도 한 현존 세계 10대 건축가 중 한 명인 마리오 보타(60).

빌딩곳곳은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빌딩 앞에 세워질 조각가 유근상씨 작품은 원기둥 148개로 이뤄지는 조각. 철골 콘크리트에 70여 빛깔의 유리 모자이크를 오밀조밀 붙인 작품으로, 따뜻하면서도 환상적인 면모가 스페인 가우디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반면 로비 상단에 설치될 홍승혜(서울산업대 교수)씨의 회화는 컴퓨터작업에 의한 드로잉으로 차갑고 간결한 맛이 대조를 이룬다.

보타는 교보측의 배려로 건물안의 미술 장식품(조형물)을 건축주가 고르는 상례를 깨고 직접 선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형물 선정에 응모한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100여점을 점검한 끝에 홍교수의 회화 4점과 유씨 작품 2점을 선택한 것. 그는 선정사유에 대해 “장중하고 강한 이미지의 빌딩 안에는 모노톤에 여백을 충분히 살린 홍씨의 ‘유기적 기하학’이, 붉은 벽돌로 마감된 건물 외부에는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공의 꽃’역할을 할 유씨의 ‘코리아 환타지’가 매우 잘 어울렸다”고 밝혔다.

이 건물에는 오는 5월 지하 1층의 1100평, 지하 2층의 700평의 국내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 강남점이 들어선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파주 출판단지에 새로 완공된 한길사 건물과 내부. 건물 자체가 거대한 설치작품을 연상시킨다. -사진제공 월간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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