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첼리스트 '다니엘 리' 훌쩍 커서 돌아온다

  • 입력 2003년 1월 28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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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첼로소나타 CD와 내달 24일 열리는 리사이틀로 4년만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첼리스트 다니엘 리. 사진제공 크레디아

브람스 첼로소나타 CD와 내달 24일 열리는 리사이틀로 4년만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첼리스트 다니엘 리. 사진제공 크레디아

“다니엘 리는 왜 조용하지?”

첼로 음악팬들의 물음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18세 때인 1998년 연말, 미국 링컨센터 데뷔연주와 데카사에서의 데뷔앨범 발매, 고국에서의 첫 리사이틀 소식이 맞물리면서 ‘장한나와 함께 세계 첼로계를 이끌어갈 한국의 얼굴’로 눈길을 모았던 기대주. 그러나 4년 넘도록 후속 앨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이후 고국에서의 공개연주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무대 단 두 번에 그쳤다. 반짝 조명을 받다 점차 잊혀질 존재였을까.

그건 아니었다. 4년동안 그는 커다란 발걸음들을 소리없이 옮겨왔다. 그는 뉴잉글랜드 음악원 전문연주자 과정에 다니면서 신시내티 교향악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교향악단 등 미국 최고악단들과의 협연을 통해 다음 세대 거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초1급 연주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초대장과도 같은 말보로 음악축제 초청도 받았다. 2001년에는 미국 음악계가 다음 세대를 짊어진 연주자들에게 수여하는 ‘보증수표’인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거머쥐었다.

훌쩍 성숙해진 표정과 기량을 토대로 그가 두 번째의 ‘다니엘 리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4년만에 데카사에서 브람스의 첼로소나타 두 곡을 실은 두 번째 앨범을 선보였고, 2월 24일 오후 7시반에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역시 4년만의 국내 리사이틀을 갖는다.

발매일에 며칠 앞서 입수된 새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본다. 그의 음색은 언제나 그랬듯이 먼저 찰진 질감으로 귀에 와닿는다. 그 점에서 중후하고 무뚝뚝한 브람스의 소나타는 훌륭한 선택이다. 그가 고국팬 앞에 선보여온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음악가들의 ‘날렵한’ 즉물주의와 또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선율선이 웅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달 24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에서 그는 놀랄 만큼 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해낼 예정. 멘델스존의 소나타와 베토벤의 소나타 3번, 새 음반에 수록된 브람스의 소나타 1번 등 소나타 전곡만 세 곡이다. 파가니니 ‘로시니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 그 자신이 편곡한 한국민요 등도 무대에서 선보인다. 장영주와 이유라 등의 무대에 동행해 친숙한 피아니스트 로버트 쾨닉이 반주를 맡는다. 그는 새 앨범에서도 다니엘과 호흡을 맞췄다.

“부모님이 뭘 하시냐”는 질문에는 “FBI”라고 대답하고, 스승의 연주악보에 여행잡지 화보를 끼워놓아 연주 중 선생을 당황케 한다는 활달한 장난꾸러기. 4년만에 보는 밉지않은 다니엘 리의 얼굴이 기다려진다. 2만∼5만원. 1588-1555, 02-751-9606∼961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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