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禁婚전통’ 사라진다…58년만에 학칙 개정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32분


이화여대의 ‘금혼(禁婚)’ 전통이 없어진다.

이로써 이대 학생은 재학 중에 결혼할 수 있고 기혼자도 이대에 편·입학할 수 있게 된다.

이대는 21일 교무회의를 열어 “재학생의 재학 중 결혼을 금지한 학칙 제28조와 신입생은 미혼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학칙 제14조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정내용은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말해 1945년 금혼을 규정한 학칙이 생긴 지 58년 만에, 그리고 금혼이 관습으로 여겨졌던 이대의 전신 이화학당 개교(1886년) 이래 117년 만에 금혼 전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하영(鄭夏英) 기획처장은 “여성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와 금혼 조항이 결혼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헌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학생의 결혼 문제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학생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대는 이날 학칙 개정작업에 들어가 30일 교무회의를 열고 개정 학칙을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개정된 조항은 곧바로 발효돼 재학생 및 신입생에게 적용된다.

이대생들은 금혼 조항 때문에 재학 중 결혼을 해도 혼인신고는 졸업 뒤로 미루거나 학교를 그만두는 일들이 있어 학내에서 금혼 규칙의 존폐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이대생이 “입학 자격을 미혼으로 규정하고 재학 중 결혼한 학생을 제적하도록 한 것은 피해자들의 자기운명 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대생 박은영씨(3년·사회생활)는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고 생각했다”며 “금혼 규칙 때문에 이대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했던 많은 여성들에게 문이 활짝 열렸다”며 반겼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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