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사서함 관리에서 보험설계사로 제2의 인생”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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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민기자
/안철민기자
“이름이 특이하죠? 집안에 딸이 귀해 아버지가 예쁜 이름을 골라주셨어요. 원래는 ‘채송화’였는데 비슷한 발음의 한자를 찾다 보니 ‘소나무처럼 늘 푸른 아이’가 됐죠.”

P생명의 라이프 플래너 채송아(蔡松兒·34·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씨는 가요계에서 ‘서태지 대변인’으로 불린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서태지의 근황을 전해주는 전화사서함을 담당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의 양해를 얻어 요즘도 매주 목요일 밤 서태지 사서함의 녹음을 계속하고 있다. 서태지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무서운 친구”라며 “그로부터 자유와 도전정신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런 그가 지난해 5월 P생명에 ‘늦깎이’ 입사해 3개월 수습기간에 고객 141명과 종신보험 계약(총보험금 약 150억원)을 해 입사 동기 42명 중 1등을 차지했을 정도의 ‘열혈’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했다. 요즘도 그는 매일 아침 7시반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고객 만나기를 멈추지 않는다.

“서태지의 일을 오래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뭘까 하고 고민한 끝에 보험 일을 하게 됐죠.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서태지와 팬들의 의사소통 채널인 전화사서함과 보험 영업은 닮았더군요.”

채씨가 생명보험에 뛰어든 것은 종신보험의 직접적인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1998년 그의 아버지가 갑자기 대수술을 받았을 때 8700만원의 병원비가 나왔는데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그는 “보험은 한 가정에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을 때 가족들이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병풍’ 같은 것”이라며 “보험은 ‘이기적’으로 따져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88학번)를 졸업한 채씨는 최근 매일 만나는 고객들에 대한 느낌을 ‘일기’처럼 쓰고 있다. 그는 서태지 전화사서함과 라이프 플래너의 경험을 살려 먼 훗날 드라마 작가나 상담전문 라디오 DJ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다지고 있다.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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