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조계종 총무원장선거 3파전?

  • 입력 2003년 1월 17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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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정대(正大)스님이 총무원장을 사임함에 따라 다음달로 예정된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수덕 문중의 수덕사 주지 법장(法長·63)과 범어 문중의 서울 관음사 주지 종하(鍾夏·65) 스님이 출마 의사를 밝혀 양자 대결의 구도로 짜여져 있지만 제3후보의 출마설도 유력하다.

1999년 총무원장 선거 당시 노장인 고산((고,호)山) 스님과 젊은 지선(知詵) 스님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다가 고산 스님의 사퇴로 지선 스님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거 일주일 전에 정대 스님이 다크호스로 등장해 지선 스님을 20여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정대 스님은 지선 스님의 선거본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출마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선거 때 정대 스님을 옹립했던 조계종 내 최대 계파인 ‘보림회’가 이번에는 종하 스님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보림회’에서의 이탈 세력과 직지사 계열의 ‘원융회’, 월주(月珠) 전 총무원장 계열의 ‘청림회’, 실천승가회측 ‘일여회’ 등의 합종연횡에 따라 투표 결과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제3후보 논의가 부각되는 것은 종하, 법장 두 스님이 모두 보수적 인물이라는 점. 중앙종회의원 9선의 화려한 경력을 지니 종하 스님은 94년 종단 개혁 때 쫓겨난 의현(義玄) 전 총무원장 체제에 몸담았고 법장 스님은 현 총무원 체제에 반기를 든 정화개혁회의에 잠시 발을 디뎠다.

제3후보는 아직 안개에 가려져 있으나 부산 내원정사 주지 정련(定鍊·62)과 실상사 주지 도법(道法·54) 스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교계 안팎에 신망이 높은 도법 스님은 나오기만 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되겠지만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 부산에서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등에 대한 포교에 묵묵히 힘써온 정련 스님은 종하 법장 스님 등과 같은 세대에 속하면서도 교단정치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세대 교체가 일어난 최근 정치권과 대화 채널을 갖기에는 구세대라는 점이 흠결로 지적되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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