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처음 출간된 이 중국 기행문의 곳곳에 ‘토지’의 관련 부분을 찾아 넣어 과거와 현재, 현실과 소설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하얼빈역을 방문한 작가는 ‘토지’ 4부의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던 1938년의 하얼빈역을 떠올린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갔을 때 누더기 같은 삶의 진행이 있을 뿐, 조용했던 도시의 인상은 선명하게 회전되어 나를 망연하게 했다. 심상적 진실과 사물의 사실(寫實)은 끝내 접근이 안되는 걸까?’ 개정판에는 실제 땅을 딛고 선 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조국 독립에 헌신할 것을 맹세한 유인실과 오가다지로가 엇갈리는, 애수에 젖은 날을 ‘토지’ 본문 중에서 발췌 삽입했다.
‘토지’ 집필 중에도 작품의 주무대였던 경남 하동 평사리 마을을 찾지 않았던 작가는 “결코 작품에 나오는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서울을 떠났던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대지(大地)와 사람을 보기 위해,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우리 동포의 삶과 만나기 위해” 떠난 길이었다는 말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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