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투병속 재기 꿈꾸는 '봄비'의 가수 박인수씨

  • 입력 2003년 1월 5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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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생활을 하며 재기를 꿈꾸는 가수 박인수씨(오른쪽)와 그를 돕고 있는 후배가수 이경우씨./고양=이동영 기자
투병생활을 하며 재기를 꿈꾸는 가수 박인수씨(오른쪽)와 그를 돕고 있는 후배가수 이경우씨./고양=이동영 기자
1970년대 히트곡 ‘봄비’로 당시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여겨졌던 가수 박인수(본명 백병종·56·오른쪽)씨가 외롭게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 가수 생활을 계속하던 박씨는 94년 저혈당이 심해져 곧잘 의식을 잃게 됐고 급기야 병석에 누운 이후 파킨슨병까지 생겼다.

지금은 가족도 없이 오갈 데 없는 장애인, 노인들과 함께 경기 고양시 일산구 성석동 ‘행복의 집’에서 정봉인 목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내가 명색이 가수 아닌가. 가수가 무대에서 죽어야지. 올해는 건강을 되찾아 꼭 무대에 서고 싶어.”

박씨는 5일 새해를 맞아 자신을 찾아온 후배 가수 ‘하사와 병장’ 출신의 이경우씨(52·왼쪽)에게 이 같은 새해 희망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일산에서 음치클리닉을 운영하는 이씨는 지난해 7월 동료 가수들과 박씨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자선콘서트를 개최했고 틈틈이 박씨를 찾아 가수의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씨는 “박 선배를 보면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지지만 지금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며 “작은 도움이나마 선배가 다시 일어서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6·25전쟁 때 함께 월남한 어머니와 헤어져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하며 노래한 것을 계기로 가수가 됐던 박씨는 한때 유명 가수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두 번의 결혼 실패에 이어 건강이 악화돼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것.

하지만 이씨를 비롯한 후배 가수들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박씨는 지금도 다시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고 있다.

박씨는 한달에 두 번의 병원치료를 빠지지 않으면서 함께 생활하는 노인들과 장애인들 앞에서나마 틈틈이 자신의 히트곡들을 부르며 다시 무대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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