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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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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리온이라는 나라를 아십니까? 시에라리온은 대서양에 면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조그마한 나라다. 이 나라의 의료통계기록은 모든 면에서 세계 최악이다. 평균 수명은 25∼35세로 세계에서 가장 짧으며, 다섯살이 되기 전에 어린이의 약 3분의 1이 죽어간다. 식량 사정과 위생 환경이 나쁜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그 배경에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내전을 빼 놓을 수 없다. 반정부군의 잔학한 주민 탄압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섯살 정도의 어린이를 유괴해서 마약을 주사한 뒤 총을 들려서 최전선으로 보내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유엔에 의해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정전이 실현되기 전인 2001년 9월부터 2002년 3월까지 ‘국경없는 의사들’의 일원으로 시에라리온에서 의료 활동을 한 젊은 의사의 기록이다. 책에 담긴 정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하지만, 문장에는 유머가 넘친다.
저자는 선진국의 저널리즘이 아프리카의 ‘비참’하고 ‘어두운’ 상황만을 강조하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선진국 사람들이 아무리 선의에서 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아프리카의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 주겠다고 하는 태도는 오만함에서 나온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가난하니까 물자를 주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에 불과하다. 그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돈이나 물자가 아니라,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과 가족과의 재회일 뿐이다.
저자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태도가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존엄성을 가진 대등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방적인 선의나 친절의 강요는 진정한 의미의 국제협력이 아니다. 먼저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느낌이나 사고의 틀, 풍속 습관, 문화의 전통, 사회조직과 종교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을 위하는 것이 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야마모토는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는 현지 언어의 하나인 티무니어를 배웠고, 그 말을 사용해서 현지의 간호사와 스태프에게 근대의학과 치료법 수업을 할 정도였다.
저자가 하루종일 계속되는 의료 활동으로 극도로 피곤한 가운데서도 틈을 내어 수업을 진행한 데는 깊은 뜻이 있었다. 그는 국제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지속성(sustainability)’ 이라고 보았다. 단기 자원봉사로서의 의료 활동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히 한정돼 있다. 자신이 한 일이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 사람들의 미래에 정말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떠난 뒤에도 그가 있었을 때와 동등한 수준의 의료 활동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의 의료 스태프를 교육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는 현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 의의를 인정받으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지에서 조용히 사라지기 위한 의료 활동에 매진한 것이다. 그것은 영웅주의와는 정반대의 조촐한 작업이었다.
이 연 숙 히토쓰바시대교수·언어학 ys.lee@srv.cc.hit-u.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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