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녹색식물]관엽식물, 거실서 펼쳐지는 자연의 마술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6시 08분


산세베리아, 파키라, 팬더고무나무, 개운죽, 벤자민 고무나무(왼쪽부터)
산세베리아, 파키라, 팬더고무나무, 개운죽, 벤자민 고무나무(왼쪽부터)

이맘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 끝부분에 나오는 O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를 배웠던 때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밤새 비바람을 이겨낸 잎새를 보고 시름시름 앓던 소녀가 훌훌 털고 일어난다는 내용이었다. 화가가 그려넣은 가짜 잎을 보고도 병을 이겨냈으니 싱싱한 푸른 잎을 보았다면 어찌 됐을까.

소설 속에 나오는 잎새의 효과는 실제로 환자의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정신과와 재활의학과에서는 원예 치료를 한다. 꽃이나 나무를 기르는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치료법이다.

포인세티아, 도쿠리란, 트리안, 세베라(왼쪽부터)

실내에 들여놓은 식물은 공기를 정화하고 적당한 습기를 공급해 쾌적한 생활을 돕는다. 한랭건조한 겨울철 실내의 습도는 40% 이하이지만 식물을 들여놓으면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잎이 넓고 많은 식물일수록 공기 정화와 가습 효과는 커진다. 실내 공간의 10분의 1을 식물로 채우면 습도가 20∼30% 더 높아진다.

식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라돈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실내의 유해한 물질을 흡수하고 대신 신선한 산소를 뿜어낸다. 식물의 전자파 차단 효과에 관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문을 닫아두고 생활하는 요즘 집안 이곳저곳에 관엽(觀葉) 식물을 들여 놓아보자. 이른바 그린 인테리어다. 넓은 거실에는 잎이 풍성한 벤자민 고무나무, 파키라, 스킨다이비스 등을 많이 둔다. 주방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냄새와 이산화질소 등이 배출되므로 이를 빨아들이는 스파티필럼이 좋다. 공부방이나 침실에는 작은 아디안텀 화분을, 화장실에는 암모니아를 흡수하는 관음죽을 놓아둔다.

관엽식물은 원산지가 열대나 아열대 지방이기 때문에 실내 온도를 10도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수생 식물을 제외하고는 겨울철엔 흙이 마른 상태가 되도록 관리해야 뿌리가 썩지 않는다. 자주 환기를 시켜주고 수종에 따라 적당히 빛을 쬐어준다.

관엽식물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화분은 밑에 배수구멍이 난 토기다. 이 밖에 도자기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특수 소재의 화분도 있다. 가급적 장식성이 적은 것으로 골라 식물이 돋보이도록 한다. 바닥에 물이 흐르지 않도록 투명한 아크릴 쟁반 위에 화분을 얹고 남은 부위에 자갈을 깔아두는 것이 보기에 좋다.

(도움말:손기철 건국대 원예과학과 교수, ‘소호 앤 노호’ 이병철 대표,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 ‘수목원’ 김영훈 과장)

글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사진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포인세티아

크리스마스 꽃으로 불리며 꽃말은 ‘축복’이다. 가운데 수술처럼 보이는 것이 꽃이고 이를 빨갛게 둘러싸고 있어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잎사귀다. 겨울철에는 빛을 최대한 차단해주어야 붉은 빛이 오래간다.

○산세베리아

선인장처럼 물이 없어도 오래 살아 관리가 편하다. 여름엔 월 1회, 겨울엔 2개월마다 1번 정도 물을 준다. 식물에서 음이온이 나와 전자파를 막아준다는 주장이 제기돼 인기를 끌고 있다.

○벤자민 고무나무

수형이 다양하고 실내 그늘에 잘 견디어 세계적으로 실내 장식에 많이 사용되는 식물이다. 장기간 볕을 쬐지 못하면 새순이 나오지 못한다. 아파트에서는 거실 창가에서 2∼3m 떨어진 곳에 둔다.

○파키라

음지에 잘 견디는 대표적인 실내용 관엽식물. 줄기가 굵게 하나로 된 것도 있고 여러 개가 꽈배기처럼 꼬인 것도 있다. 식재 면적이 작고 잎과 줄기는 넓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팬더 고무나무

직사광선을 피하고 반 그늘의 따뜻한 곳에 둔다. 잎을 동그란 모양으로 다듬어 키우면 크리스마스 트리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방울이나 솔방울을 달아 장식한다.

○세베라

알을 깨고 싹이 올라오는 재미있는 모양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생 식물. 화기에 자갈을 깔고 물을 부은 뒤 보기좋게 얹어 놓는다. 작은 꽃병에 하나를 넣거나 넓은 화기에 여러 개를 풍성하게 두어도 좋다.

○개운죽

행운을 부른다며 몇 년 동안 인기를 끌었던 식물이다. 수경 재배 식물이어서 실내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된다. 투명한 긴 화병에 꽃처럼 꽂아둔다.

○도쿠리란

잎이 치렁치렁 늘어진 모습이 특징. 그늘에서는 잎이 웃자라 모양이 흐트러진다. 스테인리스 스틸에 심어놓으면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화분의 밑부분이 막혀 있어 식물에 썩 좋은 환경은 못 된다.

○트리안

덩굴처럼 늘어지는 식물로 잎이 작아 장식용으로 많이 활용된다. 작은 화분에 한두 포기를 심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식물들과 함께 심어 안개꽃처럼 데커레이션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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