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 아들 고영광씨 “韓-中서 아버지 명예회복돼 다행”

  • 입력 2002년 12월 9일 17시 56분


“처음으로 아버지의 나라에 와서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 더없이 기쁩니다.”

사단법인 아리랑연합회는 9일 서울 아미가 호텔에서 님 웨일스의 ‘아리랑’ 초판본을 책의 주인공 김산(본명 장지학·張志鶴·1905∼1938)의 아들 고영광(高永光·65·사진)씨에게 전달했다. ‘아리랑’ 초판본은 8일 처음 공개됐으며 고씨는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내한했다.

중국 베이징에 살고 있는 고씨는 김산의 유일한 혈육으로 김산과 중국인 자오야핑(趙亞平·89년 작고)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자오씨는 김산이 일본 간첩 혐의로 38년 처형되자 아들에게 자기 성을 붙였고 재혼한 뒤에 다시 계부의 성을 따르게 했다.

“81년 홍콩에서 발간된 중국어 번역본으로 아리랑을 처음 읽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아버지의 옛 동지들과 학자들에게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고씨는 수소문 끝에 저자 님 웨일스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로부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78년 아버지의 ‘부당한 죽음’을 확신하고 중국 정부에 복권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낙망했던 그는 님 웨일스의 편지에 용기를 얻어 다시 한번 중국 정부에 편지를 보냈고 83년 중국 정부로부터 “김산의 죽음은 특수한 상황에서 빚어진 잘못”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아리랑은 한국에서도 한때 금기시 됐던 책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한 셈입니다.”

아버지가 복권된 뒤 고씨는 아버지의 성인 장씨로 성을 고칠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는 “두 아들까지 고씨로 살고 있는 마당에 평생 써 온 성을 바꾸면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고씨도 ‘고려(高麗)’의 앞자니까 괜찮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아리랑연합회와 후원업체인 벤처 아리랑은 김산과 아리랑에 관한 자료를 담은 홈페이지(www.arirangnara.com)를 9일 개설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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