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작은 박물관´ 큰 전시회

  • 입력 2002년 12월 5일 17시 48분


최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이종석 전 호암미술관장 기증 유물전 개막식. 20여명 남짓한 참석자 중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지건길 관장과 정양모 전 관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장 등이 보였다.

이 전시회는 91년 58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작고한 이종석 선생이 평생 수집한 칠기 경첩 조각이나 연구 자료 457점을 유족이 짚풀생활사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일간지 기자로, 민속학자로 일생을 보낸 고인은 전통 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작품과 자료를 수집했다.

전시된 기증 유물은 유기 바둑함 등 온전한 형태를 지닌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예품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경첩 조각이나 한지 조각 등. 일반인들의 눈에는 언뜻 대단치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유물의 속내에는 남다른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 조각들은 고인이 늘 곁에 두고 연구 자료로 삼았던 것들이다.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은 “유물은 모두 메모와 함께 종이에 꼬깃꼬깃 싸여 있어 한눈에도 고인이 소중히 여기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22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전통 공예 문화재 연구에 일생을 바친 한 학자의 삶의 궤적을 밟는 여정인 셈이다.

짚풀생활사박물관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정갈한 전시실을 갖추고 짚으로 만든 전승 공예품을 전시 연구하는 테마 박물관이다. 이날 전시는 이런 짚풀생활사박물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보였다. 김종규 박물관협회장은 이를 두고 “가장 적당한 그릇에 담긴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작은 박물관’에서 열린 ‘큰 전시회’였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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