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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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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작가들의 설치미술전에서는 과학적 상상력을 미술에 접목시킨 다양한 실험들을 만날 수 있다.
▼스크린에 담긴 시간 -김영진 개인전▼
내년 1월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회를 갖는 김영진(40)은 이스탄불(2001), 리옹 비엔날레(1995) 등 굵직한 해외전시를 통해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 온 젊은 작가.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정밀한 기계작업을 통해 영상미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영상설치작업 5점을 선보인다. 5대의 검은 타자기 위에 놓인 종이 위 글자들이 액체에 담겨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부유하는 모습을 담은 ‘추억의 배후’라든지 관람자가 대형스크린을 보면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의 보행’ 같은 작품이 눈에 띈다. 그동안 작가가 물방울 등 액체작업 등을 통한 단 한번뿐인 이미지에 치중했다면 이번 전시는 다양한 비디오 메커니즘을 통해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작품이 많이 전시된 것이 특징.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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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자연 경계허물기-마이클 주展▼
이달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pkm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 마이클 주(36)는 재미 2세 작가로 광주, 휘트니, 베니스 비엔날레 등 유수한 국제 비엔날레에 초대돼 세계 무대에 널리 이름을 알린 작가. 미국 워싱턴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예일대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백인문화가 강한 곳에서 나고 자라면서 인종 벽을 허물고 문화적 시선으로 사물을 보는 ‘경계 허물기’를 설치미술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환경’을 코드로 잡았다. 작품의 표현 공간은 북극. 전시장에 들어서면 북극에 사는 코요테들이 늘어 서 있는데 1층에는 1마리, 2층엔 12마리의 무리가 등장한다. 또 다른 2마리는 반쪽씩만 벽에 붙여 마치 1, 2층 벽면을 드나드는 것처럼 표현했다. 코요테는 야생과 가축의 중간으로 인공과 자연의 경계 허물기를 표현한 상징. 코요테가 끝까지 살아남은 자연의 일부인 데 비해 2층 방에 따로 전시된 모피 옷차림의 남자 에스키모는 멸종된 인간에 대한 은유로 대조적이다. 지하 비디오에선 알래스카 최북단 마을을 촬영한 영상이 비치고 북극에서의 열 손실을 그린 애니메이션도 등장한다.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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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로 만든 천국 심영철 전시회▼
4∼10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 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갖는 심영철(수원대 교수)은 지난 20년간 15회의 개인전과 무려 100여회의 국제전을 가진 열정의 작가. 한국미술작가상 수상기념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본인이 갖고 있는 종교(기독교)적 신념을 첨단 과학기술로 화려하게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지름 40㎝, 높이가 120∼180㎝이나 되는 화강석 돌기둥 20여개가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늘어서 있고 그 위에는 홀로그램으로 예수의 얼굴과 가시면류관, 노아의 방주 등 다양한 기독교적 코드가 비춰진다. 관람객의 얼굴이 예수의 얼굴과 겹쳐져 우리 인간에 있는 영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는 또 에덴동산을 상징하는 다양한 영상과 오브제들을 통해 빛과 움직임 음향으로 파라다이스를 그려냈다. 02-736-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