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열정이여, 다시한번…정태춘-박은옥 새 음반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25분


12월 한 달간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타이틀로 라이브 무대를 펼치는 정태춘 박은옥 부부.사진제공 다음기획

12월 한 달간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타이틀로 라이브 무대를 펼치는 정태춘 박은옥 부부.사진제공 다음기획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4년 만에 새 음반을 냈다.

‘새음반 공백’이 길었던 편. 정태춘은 “지난 수년간 내 가슴 속에서 일어난 감정의 기복이나 세상을 보는 눈의 변화를 음반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음반은 정돈되지 않았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도 재킷 서문에 “정태춘은 쏜살같은 산문의 비수를 꽂으려 몸부림치고 박은옥은 운문의 시정을 고요하게 늘어놓는다”며 “그래서 새음반은 이전의 어떤 음반보다 혼란스럽고 동시에 경이롭다”고 말했다. 정태춘도 이에 동의한다.

정태춘에게 정돈되지 않음은 방황이 아니라 자신의 객관화다. 그는 새 음반이 후반기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현실도피적인 낭만(초기)을 노래한 뒤 사회비판적 메시지(중반)를 전하다가 이제 “특정 주제의식에 매달리지 않고 이것저것 해봤다”고 말한다.

음반의 수록곡은 틀이 없다. 20년 전 만들었다 이번에 내놓은 ‘봄밤’은 파리한 서정이 담겨 있다. 사회 참여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지배할 때 이 곡은 어울리지 않아 묻어뒀던 노래다.

그런가 하면 그가 ‘표제곡’으로 내세운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는 열정의 회복에 대한 메시지다.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현실에 참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열정을 함께했던 이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우리 사회의 중추로 등장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우 “정치적 해석이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과거의 열정을 일깨워 신선한 출발을 다시 권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다른 수록곡들에서도 ‘틀 없음’은 이어진다.

‘압구정은 어디에’는 옛 압구정의 실종을 그림처럼 담았고, ‘선운사 동백꽃이 하 좋다길래’는 우리네 전통 신명이 살아 있다. ‘빈산’이나 ‘아치의 노래’는 허무적인 반면 ‘오토바이 김씨’는 비판적 메시지를 발산한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는 3∼20일 서울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정태춘은 새 음반이 가사의 완결성과 음악적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어 무대장치를 최대한 단촐하게 꾸밀 계획이다. 평일 오후 7시반, 토 오후 3시, 7시반, 일 오후 3시, 월 쉼. 4만원. 02-3272-2334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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