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김문환교수 시문집 ‘눈이 맑은…’ 출간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59분


법정스님의 친필편지/사진제공 삶과꿈
법정스님의 친필편지/사진제공 삶과꿈
최근 출간된 김문환(金文煥·58) 서울대 미학과 교수의 시문집 ‘눈이 맑은 아이’(삶과꿈)에는 ‘무소유’의 법정(法頂) 스님과 청년시절의 저자가 주고 받은 사신(私信) 20여편이 함께 수록돼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다래헌(茶來軒)에 머물면서 활발한 사회참여와 함께 수필로 문명(文名)을 떨치던 40대 법정의 ‘깐깐한’ 면모를 볼 수 있는 편지와 엽서들이다.

“올해초 신문의 인터뷰기사를 보면서 스님이 벌써 고희가 되셨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스님의 편지에서 1970년대 우리의 모습, 그 순수와 좌절, 소망이 떠올랐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거울삼아 오늘의 나를 채찍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님을 찾아뵙고 사신을 공개해도 되겠는지 여쭙자 ‘젊은 시절 한 때니까 괜찮겠지’하고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법정 스님과 김 교수의 만남은 1970년대 ‘지성인의 바로미터’와 같았던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이뤄졌다. 당시 스님은 ‘… 아카데미’의 운영위원회에 속해 있었고, 김 교수는 대학을 졸업한 뒤 ‘… 아카데미’ 대화 모임의 ‘뒷바라지’를 맡고 있었다.

법정스님 / 김문환 교수

이들이 공적인 만남을 넘어 더 가깝게 된 계기는 ‘어린 왕자’였다.

“김요섭 시인이 만드는 ‘아동문학연구’에 법정 스님의 ‘영혼의 모음’이라는 어린 왕자에게 부친 헌사가 실렸었습니다. 읽고 상당히 반했지요. 마침 저도 ‘어린 왕자’에 대한 헌시, ‘별비가 온다던 날’이라는 시를 쓴 적이 있어 스님께 보내 드렸습니다.”

당시 40대였던 스님의 편지에는 그 때 비판적 지식인들이 처한 상황이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1974년 1월 11일,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대화 모임에 불참한다는 통보와 함께 스님이 쓴 짧은 편지.

‘세월이 나를 못 가게 합니다. 요즘 거의 연금 상태입니다. 4∼5인의 사복(私服)이 수문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기랄-. 내가 무슨 솔제니친이라고.’

“스님은 현실 참여 정신이 강했던 분이었지요. 불교계에 계시면서도 ‘… 아카데미’ 활동에 참여하신 것은 스님께서 봉은사 시절, 문갑 위에 마리아상을 모실 정도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너그러우셨기 때문입니다.”

‘자연과의 대화 속에서 지혜를 얻었던’ 스님의 편지에는 고요한 산사에서 자연과 마주한 스님의 명징(明澄)한 마음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저 아래 골짝에서 울려오는 여울물 소리가 먼바다의 해조음처럼 여겨지는 밤입니다. 소라 껍질이 내 귀로 변신한 것인지’.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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