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世 代(세대)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7분


世 代(세대)

豹-표범 표 皮-가죽 피 揚-드날릴 양

號-부를 호 諱-꺼릴 휘 斬-목벨 참

우리나 중국 사람들은 참으로 이름을 중시했던 민족이다. ‘虎死留皮, 人死留名’(표사유피, 인사유명. 표범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김)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孝道(효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孝經(효경)에는 揚名(양명·이름을 널리 알림)하여 부모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 孝道의 마지막 단계라고 강조한다.

秦(진)나라 말 병력을 인솔하던 陳勝(진승)은 장마 때문에 약속한 기일에 닿지 못하자 어차피 죽을 목숨, 차라리 대장부답게 이름이나 남기자며 擧事(거사)했다. 이 때 그가 남긴 ‘王侯將相(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있을 소냐!’는 역사의 명언이 되었다. 사람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아무리 친숙한 사이라도 직접 이름을 부르는 것은 상스럽다하여 號(호)를 불렀으며 나이 스물이 되면 이번에는 冠禮(관례)와 함께 字가 내려졌다.

이름 때문에 생긴 독특한 풍습 중에 ‘避諱’(피휘·피하고 꺼림)라는 것이 있다. 周(주)나라 때부터 있었으니 벌써 3000 년이 넘는다. 문장이나 대화에서 천자나 조상, 부모 등 특정인의 이름자가 나오면 피하고 대신 다른 글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천자의 이름자는 모든 백성이 避諱해야 했으므로 이를 國諱(국휘)라 불렀는데 혹 범할 경우, 大逆無道(대역무도)라 하여 심하면 斬刑(참형)이 내려지기도 했다. 청(淸) 乾隆(건륭) 42년(1777), 王錫侯(왕석후)라는 학자가 책을 쓰면서 乾隆 황제의 이름을 범했다 하여 본인은 물론 관계된 인물 수 십명이 斬刑에 처해졌다.

避諱의 방법 중 대표적인 것에 같은 뜻의 다른 글자로 바꾸는 것이 있다. 일례로 一은 單(단), 旺(왕)은 昌(창), 元은 首(수)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禮記(예기)에 보면 부모와 자식간을 一世라 하여 3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조상을 언급할 때 ‘世’라고 했다. 그러나 唐太宗(당태종)의 이름이 李世民(이세민)이었으므로 唐나라 280여 년간은 世와 民 두 자는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世와 같은 뜻인 代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唐나라가 망한 이후에는 避諱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으므로 이 두 자가 함께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世代’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朝廷(조정) 六部의 하나인 戶部(호부)도 본디는 民部였던 것이 唐 太宗 이후 戶部로 바뀌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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