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잘 먹고 잘 사는 법'은 베푸는 것…

  • 입력 2002년 9월 5일 18시 35분


“박 PD, 이건 먹어도 괜찮을까?”

최근 제29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으로 다큐멘터리 TV 부문 작품상을 받은 SBS 박정훈 PD(41).

그는 이 프로를 계기로 회사와 집에서 ‘건강 지킴이’가 됐다. 누군가와 식사라도 한끼 하면 건강과 관련된 질문에 답변하느라 바쁘다.

1월 3부작으로 방영된 ‘잘 먹고…’의 영향이다. 이 프로는 전국에 채식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한국인은 체질상 우유가 맞지 않다”는 주장 때문에 낙농협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방송된 내용과 뒷 얘기를 묶은 책 ‘잘 먹고 잘사는 법’(김영사)을 출간했다.

정작 그가 이 프로를 통해 얻게 된 것은 무얼까.

우선 2년 사이 체중이 4∼5㎏ 줄었다. 프로를 준비하면서 현미밥 등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한 결과다. 회사 구내식당의 메뉴는 상당 부분 ‘풀밭’으로 바뀌었다. 박 PD가 구내식당측과 몇차례 ‘설득반 협박반’의 대화를 나눈 덕분이다(정작 SBS 직원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그가 간혹 외식을 하면 해당 식당에서는 ‘비상경계령’이 떨어진다. 이 프로를 계기로 그의 얼굴이 알려지는 바람에 식당 주인들은 “음식이 괜찮냐”며 불안한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박 PD는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결혼 10년만에 아침을 현미밥으로 먹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프로가 방영되자마자 식단을 현미밥으로 바꾸었다.

그는 4일 “최근 심각한 수해로 타격입은 농촌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작품상 수상작 상금 400만원을 수재의연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이같은 박 PD의 주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야말로 잘 먹고, 잘 살고, 프로를 잘 만들 수 있는 비결 아닐까.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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