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으로 본 경제]스타벅스

  • 입력 2002년 9월 4일 17시 34분


에스프레소 커피의 ‘변주곡’인 프라푸치노. 서울 강남과 대학가의 ‘자칭 감각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에스프레소 커피의 ‘변주곡’인 프라푸치노. 서울 강남과 대학가의 ‘자칭 감각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프라푸치노를 왜 마시냐고요? 기분이 쿨(Cool)해지거든요.”

3인조 인기 댄스그룹 ‘쿨’의 여성멤버인 유리(26)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벅스 마니아’.

일정이 바빠도 집에서 5분 거리인 서울 압구정동 스타벅스에 직접 들르거나 매니저에게 부탁해 하루 1, 2잔씩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그룹 이름처럼 ‘쿨’한 ‘모카 프라푸치노’.

프라푸치노는 올여름 서울 강남과 대학가에서 자칭 감각파들의 입맛을 장악했다.

‘스타벅스 사상 최고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프라푸치노는 차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프라페’와 계피를 넣은 커피라는 뜻의 ‘카푸치노’를 합한 이름. 커피콩을 강하게 볶아 추출한 에스프레소 추출물에 저지방 우유, 미세한 얼음을 부드럽게 섞은 에스프레소 커피의 변주곡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어린이 전문서점 주인 역의 맥 라이언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산다.

몇 년 전이라면 이런 모습이 ‘남의 나라 얘기’로 비쳤겠지만 이제는 점심식사를 끝내고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서 회사로 돌아가는 직장인의 모습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테이크 아웃 문화’를 한국에 정착시킨 것이 바로 스타벅스.

1999년 7월 말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연 지 3년 만에 50개로 점포를 늘린 스타벅스는 최고급 커피 이미지에 힘입어 ‘거리에서 음식 먹는 건 천박한 일’이라는 기성의 관념을 깨뜨렸다.

스타벅스는 한국의 커피 문화뿐 아니라 입맛도 바꿨다.

한국의 커피문화는 6·25 직후 미군부대의 ‘C-레이션’에 들어있던 맥스웰하우스 인스턴트 가루커피에서 시작돼 1990년대 초반 ‘미국사람들이 숭늉처럼 마신다’는 연한 아메리칸 커피(레귤러 커피) 수준에 이르러 성장을 멈췄다.

커피 컨설턴트 홍순명씨는 “커피문화가 깊어질수록 커피의 농도와 향은 진해져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에스프레소’ 단계에서 절정을 맞는다”면서 “스타벅스의 모든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하면서 한국 커피의 맛은 한 단계 성장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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