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성 호우 매년 증가…여름강수량 90년대이후 200㎜↑

  • 입력 2002년 8월 9일 18시 27분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 형태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1971년부터 2001년까지 31년 동안 여름철 강수 형태를 조사한 결과 매년 6∼8월 평균강수량이 200㎜ 이상 늘어나고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9일 “서울의 여름철 평균강수량은 70년대 734.8㎜, 80년대 744.6㎜, 90년대 943.2㎜ 등으로 31년 동안 평균 208.4㎜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1971년부터 1994년까지 24년 동안 서울의 여름철 평균강수량은 776.3㎜였지만 1995년부터 2001년까지 7년 동안은 여름철 평균강수량이 1050.2㎜를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루 동안 100㎜ 이상 내리는 비가 흔치 않았지만 1995년 이후에는 특정 지역에 하루 100∼20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사례가 매년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하루 동안 서울 마포구와 광진구에는 각각 160.5㎜, 156.0㎜의 비가 내렸지만 노원구와 관악구에는 각각 55.5㎜, 62.0㎜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7월30일 오전 5∼6시 서울 북한산과 은평구에는 시간당 81.5㎜, 50.5㎜의 장대비가 각각 내렸지만 강남구와 관악구에는 1.0㎜, 0.5㎜밖에 내리지 않았다.

여름철 강수 형태의 변화는 지구온난화와 도시화 등에 따른 지면온도 상승이 주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상청 박정규(朴正圭)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열대지방 대기 중 더운 수증기 양이 많아졌다”면서 “매년 여름철이 되면 이 수증기가 북태평양고기압을 타고 한반도 상공으로 유입돼 찬 성질의 북서쪽 대륙고기압과 만나면서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또 “도시화에 따라 여름철 지표온도가 상승해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여름철 기상 현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지역에 따라하수도 시설, 빗물펌프장, 제방 등을 재배치하는 등 이에 따른 수해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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