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호텔 여름패키지 '전망좋은 방' 예약 1순위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서귀포 앞바다가 한 눈에 잡히는 제주 롯데호텔
서귀포 앞바다가 한 눈에 잡히는 제주 롯데호텔
창문을 열면 삼면으로 터져있는 발코니. 왼쪽으로는 단독주택과 빌라 중간중간에 조성된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은 벽돌색 지붕과 섞여 마치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같은 정취를 풍긴다. 중앙에는 노을이 지고, 오른쪽으로는 한강대교와 멀리 63빌딩이 보인다. 낮에는 발코니 바닥에 선데크를 놓고 선탠을 하며 책을 읽는다. 저녁에는 노을색과 비슷한 마티니 칵테일을 한 잔하며 서울의 야경을 감상한다. 재즈음악을 틀어 놓으면 머릿 속의 감상 공간이 넓어진다.

삭막한 도시풍경이 저녁노을과 함께 온화하게 다가오는 서울 리츠칼튼호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의 ‘전망좋은 방’ 풍경이다. 이 호텔의 ‘서쪽 발코니 방’에서만 느낄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여름 패키지를 선택할 때도 고객들의 처음 요구사항은 ‘전망’이다. 디럭스룸, 스위트룸 할 것 없이 서향(西向) 방들이 1순위로 예약된다”고 말한다.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서울 도심경관에도 돋보이는 ‘틈새 전망’이 있다는 설명.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은 ‘배산임수(背山臨水)’경관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28∼33층에 위치한 스위트룸은 대부분 남쪽으로는 우면산이 바라보이고 북쪽으로는 한강이 보인다. 반포대교 밑으로 보이는 한강물이 넘실거리는 것까지 시야에 잡힌다. 비 개인 아침에 시야가 뚫리면 남산과 63빌딩도 한 눈에 들어온다. 요즘에는 호텔과 인근 미도아파트 단지를 연결하는 아치형의 ‘센트럴 포인트 육교’가 지어져, 붉고 푸른 조명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려한 불빛도 감상할 수 있다.

‘산(山)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서대문구 홍제동의 그랜드 힐튼호텔이 제격이다. ‘마운틴뷰 룸’으로 명명된 객실들은 11, 12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백련산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어 ‘신록예찬(新綠禮讚)’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다. 이 객실들에는 모두 발코니가 있어 산냄새가 나는 공기를 온 몸으로 흡수할 수 있다. 새벽에는 특히나 새 지저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는 남산의 울창한 산림이 펼쳐져 보이는 ‘코너 디럭스룸’이 인기다. 10층 이상의 모서리에 있는 객실인데, 이 곳에서는 특히 1만5000여평의 후정(後庭)에 있는 초록의 숲을 한 눈에 만끽할 수 있다.

남산과 한강이 어우러진 야경이 일품인 서울 하얏트호텔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의 경우 통유리로 돼 있는 욕실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이 특히 아름답다. 시선을 45도 각도로 아래로 내리면 한강을 경계로 강남북이 분할되는 모습과 한강다리들이 뿜어내는 색색의 조명이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우면산과 경기도의 이름모를 야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광경이 들어온다. 시선을 45도보다 더 낮추면 호텔 내의 폭포정원 산책로와 실외 수영장이 시야에 들어와 리조트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산 해운대나 제주 서귀포시는 해안을 끼고 있다는 이유로 전망에 대한 수요가 도심보다 높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의 ‘해변 디럭스룸’은 바닷가가 반쪽만 보이거나 안보이는 일반디럭스룸에 비해 3만∼6만원 정도 가격이 비싸다. 특히 8∼12층이 ‘로열층’으로 꼽히는데, 푸른 바다와 금빛 백사장, 하얀색 갈매기 떼를 3분의 1씩 공유하는 수채화 같은 장면이 만들어져 커플고객이 많이 찾는다. 12층 이상으로는 망망대해의 푸른바다만 시야에 잡혀 속세를 벗어나고픈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알맞다.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배터리파크의 리츠칼튼호텔. 방 안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망원경으로 조망할 수 있다 [사진제공=뉴욕 리츠칼튼호텔]

외국의 유명호텔들에서는 전망좋은 방들만 모아 따로 상품화하기도 한다. 일반 객실에 비해 20%정도 가격이 비싸다. 올해 1월 문을 연 미국 뉴욕 맨해튼의 ‘리츠칼튼 배터리파크’호텔은 스위트룸인 817호가 9·11테러 여파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에서는 ‘미국의 재건’을 다짐하는 애국시민들을 의식, 이 방 손님에게 아예 고성능 망원경을 제공하고 있다. 허드슨강 위에 우뚝 솟아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다이이치’ 호텔 1903호는 ‘도쿄의 에펠탑’이라 불리는 도쿄타워가 한 눈에 들어와 저녁 때는 타워에서 뿜어내는 금빛 조명으로 눈이 부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만에 자리한 ‘하버코트’호텔 822호에서는 아치형 다리인 ‘베이 브리지’가 정면으로 보인다. 소음이 적기로 유명한 이 곳에서는 저녁이 되면 잔잔한 수면 위로 반사되는 다리의 불빛을 감상하기 좋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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