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북아일랜드 로열카운티다운 골프장

  • 입력 2002년 7월 11일 16시 17분


오후 7시. 세상 모든 것이 서서히 어둠의 고요 속에 잠길 시간. 하지만 이곳만은 새벽처럼 희뿌연한 박명(薄明)이 하늘을 휘감고 있었다. 백야현상 때문일까. 90년 5월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로열카운티다운의 골프코스는 12년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골프잡지를 운영하면서 세계 유수의 골프장을 다녀보았지만 ‘신(神)이 내린 골프코스’라면 단연 이 곳을 꼽고 싶다. 검푸른 대서양을 마주하고 티샷을 한 공이 희뿌연 하늘 위를 가를 때는 마치 지구상에서 혼자 골프를 하는 ‘절대 고독’의 순간을 맞는 듯했다. 페어웨이 주위로 무성하게 자라난 연초록의 가시금장화로 어디가 러프인지 페어웨어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인 자연 그대로의 골프코스다. 관리인은 비가 와도 별 손질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빅토리아여왕의 장남이자 누구보다 스포츠와 문화에 조예가 깊었던 에드워드 7세의 지시로 1889년 설계돼 흔하지 않게 ‘로열(royal)’이란 수식어가 붙은 골프코스. 그래서인지 100년이 넘은 역사의 흔적을 해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까다로운 미국의 골프매거진이 6년 연속 이곳을 세계 톱10의 골프코스로 꼽은 것도 바로 이 자연미와 역사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나를 더욱 사로잡은 것은 골프코스 그 자체보다는 골프코스 주위를 둘러싼 북아일랜드의 풍경이었다.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80m의 몬순산의 구릉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듯 게으름을 피우는 양떼들과 울타리도 없이 펼쳐진 오두막집에서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삶의 여유’를 느꼈다. 한때 예이츠의 시를 읊었고 대니보이를 즐겨불렀던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밤 11시경 18홀의 골프가 끝나고 파티가 열렸다. 나를 초청한 북아일랜드관광청 사람들과 백야의 막바지를 즐기는 순간 어디서 왔는지 할머니들이 장미꽃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과 함께 어울린 1시간의 파티는 ‘가난하지만 풍요한 삶’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이제 은퇴 이후를 생각할 나이다. 삶의 멍에를 훌훌 털어버리면 꼭 그 곳을 찾아가고 싶다. 그때는 잠시의 머무름이 아니라 좀 더 오랜 시간의 체류가 될 것이다.

이순숙·골프헤럴드 사장

세계 20대 골프코스

2001년 순위

코스명

위치(설계연도)

1

파인밸리

미국 뉴저지(1918)

2

사이프레스 포인트

미국 캘리포니아(1929)

3

페블 비치

미국 캘리포니아(1919)

4

오거스타내셔널

미국 조지아(1932)

5

세인트앤드루스

스코틀랜드(16세기)

6

쉰쿡 힐스

미국 뉴욕(1931)

7

파인허스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1903)

8

로열카운티다운

북아일랜드 뉴캐슬(1889)

9

뮈어필드

스코틀랜드 걸레인(1891)

10

로열멜버른

호주 멜버른(1926)

11

밸리뷰니언

아일랜드 밸리뷰니언(1906)

12

샌드힐스

미국 네바다(1995)

13

메리온GC

미국 펜실베이니아(1911)

14

로열 포트러시

북아일랜드 포트러시(1920)

15

로열 도노크

스코틀랜드 도노크(1886)

16

오크몬트CC

미국 펜실베이니아(1903)

17

세미뇰GC

미국 플로리다(1929)

18

턴베리

스코틀랜드 턴베리(1947)

19

윙드풋GC

미국 뉴욕(1923)

20

샌프란시스코GC

미국 캘리포니아(1915)

자료 : 미국 골프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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