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자연학교 "어! 이런 들꽃에도 이름이 있네"

  • 입력 2002년 7월 9일 16시 57분


자연학습 교사로부터 물가에서 잡은 곤충들의 생김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어린이들 [사진=변영욱기자]
자연학습 교사로부터 물가에서 잡은 곤충들의 생김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어린이들 [사진=변영욱기자]
서울 강동구 길동 2만4400평 규모의 자연생태공원. 여름이 되자 수련 물달개비 부들 등 물가 식물들이 무성하다.

5일 어머니 동생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동재군(서울 대명초등학교 1학년)은 공원의 자연 교사 김경숙씨(42)가 ‘고추 잠자리’를 잡아 보여주자 깜짝 놀랐다. 이름 그대로 머리 날개 꼬리 모두 고추처럼 새빨갛기 때문이다.

이날 공원을 찾은 아이들은 어치는 “어치어치”하는 울음 소리 때문에, 부들은 바람 불 때 핫도그처럼 생긴 꽃이 ‘부들부들’ 떨기 때문에, 호리병벌은 벌집 모양이 호리병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을 직접 보고 들으며 신기해했다.

아이들이 이날 남긴 ‘자연 관찰노트’는 숲과 늪에서 직접 깨우친 지식들로 빼곡했다. “백리향에서는 레몬 향기 같은 게 났다. 꽃이 져도 향이 백리만큼 퍼지기 때문에 백리향이라고 한다.”(서울 대신초등학교 5학년 지승연군) “보리수 잎에는 곤충들이 달려들 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써먹는 하얀 가루가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뾰족뾰족한 별처럼 생긴 가루다. 곤충들은 이 가루에 닿으면 아파서 잎에 앉지 않는다.”(성남 대원초등학교 2학년 이상면군)

이동재군 형제를 데리고 이날 공원을 찾은 어머니 이유정씨(34·서울 강동구 명일동)는 “대학 때 생물학을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 때문에 아이들을 길동 공원이나 남산 개똥벌레 관찰학교 등에 데리고 다닌다”며 “아이들이 무엇이든 세심하게 관찰하려 하고 동식물 책들도 열심히 읽어 얻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99년 개장했으며 입장은 무료, 2주전 예약해야 한다(02-472-2770).

이씨처럼 도시 아이들에게 실제 자연을 겪어 보게 하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희망에 맞춰 생겨난 갖가지 공원과 학교 캠프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길동 자연생태공원에서 꽃잎 위에 확대경을 대고 들여다보는 어린이 [사진=변영욱기자]

강원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 자리 잡은 홀로세 생태학교는 울창한 자연 속에 다양한 자연학습 시설을 갖춘 대표적 생태학교다. 6월 어머니의 권유로 1박2일 코스를 다녀온 안현준군(서울 영훈초등학교 6학년)은 “하루 종일 채집망을 들고 동생과 함께 꼬리명주나비 등 곤충들을 잡아서 관찰했다”며 “봉우리들과 개천 습지 등이 학교 안팎에 있어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스무번도 넘게 다녀왔지만 아직도 볼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가로 세로 16m 규모의 그랜드피라미드, UFO 나비집, 풍뎅이처럼 생긴 풍뎅이 교육센터 등 동화 같은 건물들 속에 수백가지 곤충들이 살고 있어 언제나 즐겁다는 것. 안군 형제는 여름방학 자연학습 과제물들도 이곳에서 마련할 계획이다. 이곳 자연 체험비는 저렴하다. 당일(6000원), 1박2일(4만원), 2박3일(8만원) 등의 코스가 있다(033-345-2254).

경기 가평군 두밀리 소나무 자연학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학교인 두밀리학교와 소나무학교가 올해 합쳐진 것이다. 이곳 특색은 학기 중에도 주말마다 아이들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상설반이 있다는 것. 생강나무 거북이 봄날 감자반 등 8개반이 있다.

서울 선사초등학교 1학년 윤준혁군은 3월부터 생강나무 반에 들어가 숲과 계곡, 섬과 갯벌을 찾아다니며 책에서 보던 동식물들을 찬찬히 볼 기회를 가졌다. 6월말에는 인천 강화군 장화리의 갯벌을 찾았다. 밤게 갯지렁이 좁쌀무늬고동 민챙이 같은 갯벌 생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봤다. 아이들은 두밀리 소나무 자연학교 홈페이지(www.sonamoo.or.kr, 02-716-3978)에 마련된 자기반 게시판을 통해 곤충과 식물들에 대한 사진 이야기 등을 주고 받는다. 게시판에선 서로를 지렁이 알노린재 말벌 같은 별명들로 부른다.

생강나무반의 김신민영 교사(25)는 “도시 아이들이 막연히 산과 강으로만 알던 자연에 작은 생물들이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이뤄 사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서정적으로 될 뿐만 아니라 이해심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준혁군의 어머니 하경희씨(42·한국국제협력단 직원)는 “준혁이가 이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소금물로 양치질을 하고, 개미들도 유심히 관찰하는 등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시골에서 자란 내 유년의 추억을 아들에게 이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6∼28일 ‘내 손으로 하는 자연 염색’, 8월3∼5일 ‘허재비 놀이’ 등 여름자연학교를 연다. 참가비는 9만원, 홈페이지에서 접수받는다.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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