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발의 미학]'노출 미학' 샌들의 에로티시즘

  • 입력 2002년 7월 4일 16시 20분


루이뷔통의 샌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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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여성 구두코너에는 갖가지 여름 샌들로 진열대가 넘쳐난다. 거리는 노출패션의 백미(白眉)인 ‘샌들 신은 발’로 뒤덮여 있다. 샌들이 남성들로 하여금 여인의 알몸을 환기시킨다는 점은 제화 디자이너들에게는 상식으로 통한다. 때문에 샌들을 신을 때 양말을 신는 것은 내복을 입고 그 위에 속옷을 덧입는 것처럼,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성적 환상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다. 고대 로마시대의 성직자들은 사악한 샌들은 유혹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발가락 노출을 금지했고 이런 발 노출에 대한 터부는 20세기 초까지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의 ‘발’은 벗은 여체의 ‘아바타’이며 샌들은 ‘발의 옷’으로 인식될 수 있다. (도움말〓이명옥 국민대 예술대 겸임교수·갤러리 ‘사비나’ 대표)

글〓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사진〓전영한기자 coopjyh@donga.com》

●압박 샌들

축구에만 압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죽끈으로 발목을 휘감거나 발가락 부위를 결박한 샌들은 영화 ‘원초적 본능’이나 ‘감각의 제국’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남성들에게 발에 대한 페티시즘적 환상을 가장 강력하게 불러일으킨다. 고대 중국에서 여성들의 발을 압박, 발의 크기를 10∼15㎝ 미만으로 제어했던 ‘전족’풍습도 떠올리게 된다. 전족은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도 아장아장 걷게 만들고 그에 따라 엉덩이가 풍만해지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발가락 오픈형 샌들

뒤쪽은 막히고 발가락 부분만 노출된 샌들이다. 드러난 발가락은 가슴이 파인 옷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유방의 곡선을 연상시키며 구두의 터진 앞부분은 여성 성기의 입구를 상징한다. 드포르의 ‘매춘의 역사’를 보면 고대 로마에서는 몸을 파는 여성들만이 발가락이 드러나는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그물형 샌들

몽테뉴는 ‘보이기 위해 오히려 가리는 것들이 있다’며 노출의 미학을 설명했다. 그물형 샌들은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옷과 유사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남성들은 그물이 언제라도 벗겨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을 떠올린다. ‘그물’을 이용해 여인을 멀리 떠나가지 못하게 묶어 두려는 남성들의 정복심리도 투영된다.

●혀무늬 샌들

발등을 덮는 가죽 모양이 혓바닥을 꼬아 놓은 것 혹은 장미모양으로 생긴 것이 혀무늬 샌들이다. 미국의 현대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회화작품에서 장미를 여성의 성기로 자주 묘사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장미는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상징한다. 또 중간의 매듭 부위는 성기의 팽창과 수축을 제어하는 장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통굽 샌들

나무 받침 위에 밑창을 얹은 형태의 신발, 키를 높여 착용자의 지위와 성적 매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섹시하고 늘씬해 보이지만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것이 이 샌들의 특성. 여성들은 이 신발을 신으면 잘 달릴 수도, 도망갈 수도 없다. 강한 남성의 ‘가로막음’에 대한 저항을 포기해야 하므로 남성에게는 사디즘, 여성에게는 마조히즘적 본능을 일깨워 준다.

●엄지 끈 샌들

엄지와 나머지 발가락을 분할하는 가죽끈에 발가락을 끼워 맞추는 것은 여 성성기 속에 남근을 삽입하는 성교행위를 노골적으로 상징한다. 가죽끈의 조임에 따라 성기삽입시의 쾌감을 은연 중에 암시해 주기도 한다. 가죽끈을 끼운 발가락은 맨 몸에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것과 같은 노출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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