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前 轍(전철)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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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轍(전철)

轍-바퀴자국 철 傑-뛰어날 걸 豪-호걸 호

稱-일컬을 칭 頌-기릴 송 汚-더러울 오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라면 중국의 唐과 宋나라 두 王朝(왕조) 때에 傑出(걸출)했던 文章家(문장가) 8인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말로 8大 文豪(문호)라고 하겠다. 오로지 詩나 文章으로 관리를 뽑았던 옛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文章이 차지하는 權威(권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들 중 특별히 주목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三蘇’(삼소)라 불리는 蘇氏(소씨) 三父子(삼부자)다. 두 王朝 700년 간 8명의 大文豪 중 세 사람이나 차지하며, 그것도 唐나라의 韓愈(한유)와 柳宗元(유종원)을 제외한 6명의 宋나라 文豪 중 절반을 한 집안의 父子가 ‘싹쓸이’했다면 이건 보통 文才(문재)가 있는 집안이 아닐 것이다.

아버지 蘇洵(소순)을 보자. 우리에게는 그다지 귀에 익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가 바로 蘇東坡(소동파)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다들 머리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의 두 아들 중 큰아들이 蘇軾(소식. 호 東坡)이고 작은 아들이 蘇轍(소철)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자인 軾이나 轍에는 모두 ‘車’자가 있으므로 ‘수레’와 관계가 됨을 알 수 있다. 과연 蘇洵은 ‘名二子說’이라는 글에서 이름을 짓게 된 내력을 밝힌 적이 있다. 軾은 본디 수레 앞에 가로로 걸치는 나무인데 바퀴나 바퀴살, 또는 굴대 따위처럼 직접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軾이 없는 수레는 있을 수 없다.

곧 蘇洵은 蘇東坡에게 ‘軾’처럼 얼핏 봐서는 없어도 그만인 것 같지만 막상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과연 蘇東坡는 그렇게 人生을 살았던 사람이다.

한편 轍은 수레의 바퀴자국을 뜻한다. 천하의 모든 수레는 자취를 남기며 앞 수레의 바퀴 자국을 거쳐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다들 수레의 공을 稱頌(칭송)할 뿐 그 수레가 무사히 자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준 바퀴 자국의 공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轍은 禍福(화복)을 좌우한다. 만약 바른 길로 난 자국이라면 뒤따르는 수레도 안전하게 굴러갈 수 있겠지만 잘못 나 있는 자국이라면 곤두박질을 치게 될 것이다. 轍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前轍’은 앞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으로 유익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前轍을 밟지 말라’는 잘못 난 바퀴 자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아왔으며 前轍을 되풀이해 汚名(오명)을 뒤집어 쓴 경우도 적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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