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고생끝 병든 아내 간병으로 속죄"

  • 입력 2002년 5월 14일 16시 01분


아내를 간병하고 있는 니시오카 다카시씨
아내를 간병하고 있는 니시오카 다카시씨
‘우-우-우-’

언어라고는 할수 없는 소리다. 아내의 텅빈 눈이 뭔가 열심히 호소하고 있다. 소리의 억양이나 높낮이, 표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린다. 막대기처럼 경직된 아내의 몸을 안고 기저귀를 간다. 아내가 몸져 눕기 전에는 이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대해본 적이 없다.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아이즈와카마쓰(會津若松)시의 니시오카 다카시(西岡孝·78)씨. 최근 아키타(秋田)현 후타쓰이마치(二ッ井町)가 실시한 연애편지 전국콘테스트에서 병상에 누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로 대상을 받아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인 히데코(秀子·78)씨는 10여년 전부터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기 시작, 갑자기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끊겼다.

자녀들이 모두 독립해 둘만 남은 상황. 그는 10여년을 하루같이 병든 아내의 곁을 지키고 있다.

“평생 고생한 아내에게 속죄하고 있는 겁니다.” 전력회사에 60세로 퇴직하기까지 20년 이상 단신부임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가족을 거의 ‘방치’해 왔다.

아내가 발병한 뒤 처음에는 전혀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밥 짓고 빨래하는 집안 일도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표정만으로도 ‘일으켜달라’ ‘돌아눕고 싶다’ ‘기저귀 갈아달라’는 아내의 요구를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말 없어도 2∼3시간마다 아내를 안고 소파와 이불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같은 자세가 계속되면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말을 잃은 아내를 보살피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마침 연애편지 콘테스트 소식을 듣고 평소 하려던 말을 편지로 쏟아냈다.

지난달 대상을 받았다는 연락이 오자 그는 “당신 얘기로 상을 받았다”고 아내에게 전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가 병이 나지 않았으면 이런 연애편지는 쓰지 못했을 겁니다. 아내와의 공동작품입니다.” 두사람은 올해 11월로 금혼(결혼 50주년)을 맞는다.

도쿄〓이영이 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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