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佛혁명기 상황 농담-풍자로 푼 음악극 '마라와 사드'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43분


“어려운 시대에 즐거움을 주고 싶다. 무성영화시대에 찰리 채플린이 보여줬던 ‘웃음 속의 정치 비판’같은 것 말이다.”

3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러시아 타강카 극장의 ‘마라와 사드’의 연출자 유리 류비모프(85)는 10, 11일 경기도 의정부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내한공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64년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에서 연기자로 출발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괴테의 ‘파우스트’ 등 연극과 오페라를 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예술감독. 러시아의 체제에 반대하는 타강카 극단을 이끌다 84년 러시아 정부가 시민권을 박탈하는 바람에 유럽지역에서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마라와 사드’는 여러 연출가에 의해 연극 영화 등으로 제작됐던 작품으로 감각론자 사드와 지적인 혁명론자 마라의 논쟁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류비모프는 “풍자 농담 서커스 음악 등을 프랑스 혁명 당시의 예민한 정치상황에 접목했다”며 “과거가 배경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음악극”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정신병원으로 ‘사이코 드라마’ 형식으로 진행된다. 곰 염소 등 러시아 고전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혁명가 마라와 그를 반박하는 사드의 갈등이 이어진다. 꼬르테가 마라를 암살하려하자 정신병동 사람들은 인권을 돌려달라고 항의한다. 이 과정에서 정신병자들이 시위하는 장면은 ‘축제’처럼 그려지고, 마라의 죽음은 꼬르테의 ‘시적 표현’으로 은유된다.

신체를 이용한 아크로바트적인 요소와 발라드 재즈 블루스 랩 음악이 어우러져 새로운 형식미를 보여준다. 10일 오후 7시, 11일 오후 3시반 7시. 1만5000∼3만원. 031-828-5846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