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權 不 十 年 (권불십년)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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陰-그늘 음 轉-구를 전 翁-늙은이 옹

微-작을 미 寡-적을 과 逆-거스릴 역

우리말에 ‘陰地(음지)가 陽地(양지)되고 陽地가 陰地된다’는 속담이 있다. 비슷한 뜻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처지는 얼마든지 反轉(반전)될 수 있음을 比喩(비유)한 말이다.

이번에는 중국 사람들의 말을 좀 보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故事成語(고사성어) ‘塞翁之馬’(새옹지마)는 말을 잃었던 한 노인에 관한 이야기다. 人間을 두고 ‘萬物(만물)의 靈長(영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微物(미물)이 바로 우리 人間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 앞에 놓여진 吉凶禍福(길흉화복)은 워낙 變化無雙(변화무쌍)하여 어느 하나도 제대로 豫測(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福이 禍가 될 수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禍가 福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吉凶禍福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중국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에 ‘物極則反’(물극즉반), ‘物盛則衰’(물성즉쇠)도 있다. 森羅萬象(삼라만상) 모든 것이 ‘極에 달하면 衰退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앞날이 어떻게 될지 전혀 豫見할 수 없는 만큼 過慾(과욕)부리지 말고 寡慾(과욕)해야 할 것이며 너무 氣高萬丈(기고만장)할 것이 아니라 가운데를 지켜 隱忍自重(은인자중)해야 한다는 敎訓(교훈)이리라. 그저 謙遜(겸손)이 최고의 美德임을 알겠다.

우리 조상들이 만든 말에 ‘權不十年’도 있다. 제 아무리 하늘을 찌르고 나는 새까지 떨어뜨릴 만한 權力이라도 10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앞서 든 ‘陰地와 陽地’, ‘物極則反’과도 비슷한 뜻이라 하겠다. 유사한 말에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도 있다. 물론 우리 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흔히 ‘人生無常’(인생무상)을 말하지만 權力의 無常함도 이에 못지 않음을 알겠다. 자고로 忠臣(충신)이 하루아침에 逆賊(역적)으로 몰려 族刑(족형)을 받는다거나 權門勢家(권문세가)가 沒落(몰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드물지 않게 보아왔다. 하기야 天下를 통일했던 秦始皇(진시황)도 皇帝(황제)로서의 權力을 누린 것은 고작 10년에 불과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나마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했던 大帝國 秦나라가 못난 아들을 둔 덕분에 15년을 버티지 못하고 멸망하고 말았다면 이 또한 충격적이지 않을까.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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