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언론관련 발언' 공방 "언론과 갈등없는 상태 원한다"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39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지난해 8월1일 중앙언론사 기자 5명과 가진 술자리에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동아일보 폐간’ ‘사주 퇴진’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노 후보측의 애매한 해명 때문에 ‘거짓말’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 후보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한 이인제(李仁濟) 후보측은 연일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맹공을 가하고 있고 한나라당측은 노 후보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서 정치권 전체에 복잡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인제 후보의 ‘말바꾸기’ 비난〓이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 기자가 찾아와 양심선언하듯 얘기했다. 수사기관에서 요구하면 증거를 다 내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분명한 역사관과 정책노선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노 후보는 전부 피해가고 거짓말을 한다”면서 “언론은 민주주의 그 자체다. 언론 없이 민주주의가 있느냐”라며 노 후보의 ‘말바꾸기’를 비난했다.

그는 또 “노 후보는 자기 생각을 말해야 한다. 다 무시하고 전혀 안 그런 것처럼 말한다. 노 후보는 상황논리를 들어 거짓말한다. 가치관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문화일보 6일자에 실렸던 자신의 후보 사퇴 관련 기사에 대해서는 “완전 공작이고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이인제후보 언론관 공방
노무현 후보이인제 후보
-주요신문 국유화, 폐간 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고 사리에 맞지 않는다.
-오늘 아침(8일자) 조선일보 보면 신문인지 노무현 죽이기인지 구분이 안된다.
-일부 언론이 언론사 소유지분제한이란 내 생각에 대해 기를 꺾으려고 한다.
-노 후보가 확고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랬다 저랬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메이저 언론사의 국유화 폐간 얘기를 듣고 놀라서 전율을 느꼈다.
-언론은 민주주의 그 자체다. 언론없이 민주주의가 있나.

▽노무현 후보의 “조작” 주장〓노 후보는 8일 MBC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언론 관련 발언 경위를 설명하며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동아일보 폐간’ 발언 여부와 관련, “나중에 복기해본 결과 한 기자가 ‘저러다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와 망하든 말든 내 일 아니라고 말한 것을 다른 기자가 그렇게(폐간 발언으로) 기억한 것 같다”며 “이랬다 저랬다 안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김병관(金炳琯)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퇴진 발언 여부에 대해서도 “그날은 잡담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한 자리였다. 나중에 이를 정보보고해 뒤통수치고 사실과 다른 기사를 쓰는 것은 언론사의 윤리문제이다”라며 언론보도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노 후보는 특히 “(일부 언론이) 저한테 여러가지 질문을 해서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이란 내 생각에 대해 기를 꺾으려고 한다”면서 ‘압력설’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노 후보측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이날 “언론과 갈등 없는 상태를 원한다”며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의 노 후보 사퇴 공세〓한나라당은 8일에도 노무현 후보의 과격한 언론 관련 발언을 성토하며 노 후보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대선후보 경선주자들도 한마디씩 했다. 이회창(李會昌) 후보측의 이병석(李秉錫) 대변인은 “노 후보의 전체주의적 언론관이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노 후보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고 말했고, 최병렬(崔秉烈) 후보측의 최구식(崔球植) 언론특보는 “노 후보가 했다는 말이 하도 터무니없는 내용이어서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부영(李富榮) 후보는 “노 후보가 문제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이 논쟁은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국가의 미래와 관계없는 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문광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찬 간담회를 갖고 15일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해 따지기로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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