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울 토탈미술관 김종학展

  • 입력 2002년 4월 5일 17시 38분


기운이 생동하는 봄, 생명력의 충일(充溢)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종학(세종대 교수) 개인전.

이번 전시작들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호쾌하고 열정적인 회화 작품이다. 작품의 소재는 포도나 잡초 사과 등. 사실적인 대상을 묘사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단순히 사실적인 그림에 그치지 않고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3m가 넘는 대작에서 뿜어내는 ‘생명의 힘’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포도나 잡초 그림을 보자.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시절(1989∼1994) 구해놓은 광고전단을 바닥에 깐다. 여러 겹 덕지덕지 붙어 딱딱해진 광고 전단을 바닥에 널찍하게 깐 뒤, 그 위에 또 다른 넓은 종이를 붙이고 거기에다 석회칠을 한다. 석회칠은 광고 전단의 프랑스 글씨들이 때로는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농담을 조절해가면서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위에 포도나 잡초를 거대하게 그려 넣는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225×340㎝ 크기의 ‘포도’ 그림. 거대한 화폭 속, 진한 흑갈색 포도알의 모습이 당당하다. 포도알과 포도송이를 지탱해주는, 꿈틀거리는 형상의 포도 줄기에선 거칠 것 없는 생명력이 넘쳐난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언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포도나 잡초는 강인한 생명력 혹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상징한다.

작가는 그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화면 중간중간에 콜라주기법으로 광고지를 직접 덧붙이거나 금속 볼트를 박아 넣었다. 아예 종이 화면 전체를 나무판 위에 볼트로 고정해 모던한 감각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함으로써 작품의 매력을 더해준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기 쉬운 과일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통해 새로운 생명의 미술을 창조해나가는 작가의 열정과 집요함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02-379-3994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