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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2월 2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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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이르러 운보는 이른바 ‘바보 산수’ ‘바보 화조’를 시도한다. 마치 바보가 보거나 그린 듯이 그렸다는 뜻이다. 이시기에 운보가 추구하고자 했던 소박한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연당’에서는 야트막한 뒷산을 배경으로 오리가 노니는 연못이 있고 집을 내려다보는 정자에서 노부부가 정담을 나누고 있다.

'농악' 80년작추정/222X168cm
우리 민속놀이 농악을 형상화한 작품. 등장 인물의 힘찬 몸짓과 강렬한 붓놀림으로 표현된 악기의 형상 등이 관람객에게 장고 징 꽹과리의 소리 울림과 그 장단고저위에 노니는 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운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몸의 한계를 그림으로 뛰어넘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아악’‘검무도’같은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문자도' 88년작/225X234cm
‘문자도’를 비롯해 ‘점과 선’ ‘봉걸레 그림’ 시리즈 등에서 운보의 실험 정신과 근원적인 예술적 충동을 읽을 수 있다. 운보는 이런 추상 작업을 통해 점 선 면 등의 기본적인 조형 요소를 화면위에서 새롭게 구성해 회화의 자율성을 얻고자 했다. ‘작품 88-2’인 이 작품은보는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연상을 불러 일으키는 자유로움도 갖고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 53년작/63X76cm
한국전쟁 당시 군산으로 피난했던 운보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30장에 이르는 ‘예수의 일생’연작을 완성했다. ‘최후의 만찬’ ‘부활’ 등 성서를 형상화하는 대목에서 운보는 예수를 한국 고유의 전통 복장을 한 선비로, 예수의 행적이 전개되는 모든 환경을 한국적 풍경으로 펼쳐 놓았다. 아기예수의 탄생지는 마굿간이 아니라 누런 소가 있는 외양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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