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전시]god '바보천재 운보 그림전' 가다

  • 입력 2002년 2월 26일 17시 37분


그룹 ‘god’가 지난 주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이 운보(1914∼2001) 타계 1주기를 맞아 마련한 ‘바보천재 운보 그림전’을 팬들과 함께 관람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운보는 18세인 1931년 판상무도(板上舞跳)로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한 이래 평생동안 ‘문자도’ ‘탈춤’ ‘바보산수’ ‘승무’ 등 1만5000여점의 작품으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자기 세계를 구현한 한국화의 거장. 특히 그는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를 딛고 솜털처럼 자유로운 운법과 기운생동하는 뚝심으로 사물을 자유자재로 해석해냈다.

▼관련기사▼

- god가 고르고 최은주 분과장이 해설한 운보의 작품

‘바보천재 운보 그림전’은 운보의 대표작 100점을 ‘입체파적 풍속화’ ‘예수의 생애’ ‘바보 산수 바보 화조’ ‘추상의 세계’ 등 네개의 주제로 묶은 전시다. 운보전을 찾은 ‘god’멤버는 손호영 윤계상 데니 안 등 셋. 김태우는 누나 졸업식 때문에, 박준형은 허리가 아파 참가하지 못했다. 윤계상은 먼저 전시 타이틀인 ‘바보천재’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운보를 잘 모르지만 바보와 천재라는 극과 극의 삶을 동시에 살다가신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화려한 무대와 열광적인 팬들의 반응에 익숙해 있는 멤버들은 처음에는 착 가라앉은 미술관 분위기과 정통 회화에 다소 주눅이 든듯했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소녀 팬들이 ‘미술관내 god’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면서 금세 가셨다. 김소정(13) 소희(11)자매는 “그림보러 왔다가 ‘god’ 오빠들을 만나는 ‘횡재’를 했다”며 즐거워했다.

데니는 전시작중 하나인 ‘해방’앞에 가더니 “색감이 편안하고 사람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며 “운보 선생의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윤계상은 소품 ‘오누이’를 찬찬히 바라다보며 “어릴적 누나와 놀던 생각이 샘솟아 정겹다”고 말했다.

뜻밖의 ‘귀한 손님’을 맞은 최은주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분관장이 작품 해설에 나섰다. 최 분관장은 “운보 선생은 어릴적 귀가 먹은 탓으로 평생 가수 이상으로 치열하게 소리를 찾았다”며 “그림의 소재나 붓질을 조용히 대하다보면 진동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계상은 “그렇다면 우리도 소리를 찾는 직업이기 때문에 선생의 그림을 잘 이해할 것 같다”며 화답했다.

이들은 4부 ‘추상의 세계’에 와선 다소 어리둥절한 모습. 굵은 먹점이나 먹선으로 이뤄진 ‘문자도’ 등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최 분관장이 “추상화는 자기 마음가는대로 느껴야 한다”고 말하자 데니는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며 얼굴을 풀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작품감상에 열을 올리던 ‘god’는 다음 일정에 임박해서야 자리를 떴다. 이들은 “운보의 치열한 예술혼을 가슴 가득 담고 간다”며 “팬들에게도 적극 관람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4월7일까지. 동아일보사 국립현대미술관 운보문화재단 공동 주최. 25세이상 5000원, 19∼24세 4000원, 초중고생 3000원. 02-2020-1620, 02-779-5310

허 엽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