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평론가 이경성씨 '석남이 그린 사람들'전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30분


“장난 삼아 그려보는 거죠. 그리는 행위 자체가 참 즐겁습니다. 우스개 말이지만 진작 화가가 될 걸 하는 생각이 듭디다. 평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미가 가득하더군요. 시간 보내기에도 제 격이고….”

한국의 1세대 미술평론가이자 영원한 미술관맨인 석남 이경성(石南 李慶成·83·사진)이 전시회를 연다. 20일부터 3월3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석남이 그린 사람들’. 이번 전시엔 그가 최근 수년 사이에 그린 사람 그림 100여점이 선보인다. 주로 여인의 두상(頭像)과 군상(群像)들이다.

그는 창작으로 치면 아마추어다. 그러나 정작 그림을 보면 단순한 아마추어 차원이 아니다. 평생을 미술과 함께 살아온 노평론가의 여유와 해학의 미학이 담겨 있다.

먹과 붓, 검정 사인펜을 사용한 그림들은 초서체를 방불할 정도로 그 터치가 빠르고 직관적이다. 세부 묘사를 과감히 생략해 마치 하나의 의인화된 기호 같다. “낙서하듯 유희본능으로 그린다”는 석남의 말 그대로다. 화면은 단순화되고 중복된 사람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이경성의 '사람들'

사람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외로워서”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현재 서울에서 혼자 생활한다. 부인과 딸은 미국에 있다.

이 전시는 지인들이 마련한 자리다. 이연수 모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예술철학자 조요한, 시인 김남조, 신부 조광호, 조각가 이춘만씨가 전시를 기획했다. 모란미술관은 석남의 작품집 ‘석남이 그린 사람들’도 함께 발간했다.

전시를 보면, 사람에 대한 석남의 그리움은 가슴 한켠에 짝사랑처럼 간직해오던 창작에 대한 그리움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02-736-1020, 031-594-8001∼3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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