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나치 테마展' 거센 논란…"감정자극-돈벌이 혈안" 비난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11분


뉴욕 유태미술관 전경
뉴욕 유태미술관 전경
최근 미국 뉴욕의 미술계가 한 나치 미술 전시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시는 뉴욕의 유태미술관이 3월17일부터 6월30일까지 개최하는 ‘나치를 돌아봄’.

이 전시엔 미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스라엘 등 8개국 젊은 작가 13인이 나치를 테마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나치 캠프의 사진을 붙인 레고 블록 작품, 나치 사진이나 영화 스틸사진에 신체 누드를 그려넣은 작품 등.

유태미술관은 “나치의 대학살이 얼마나 끔찍한 역사인지, 인류가 얼마나 맹목적으로 악을 숭배해왔는지 미술을 통해 되돌아보고 아울러 나치의 대학살이 지금의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측의 기획 의도와 달리 비판론자들은 “이 전시는 시기상조다. 특히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겐 상처를 줄 뿐”이라면서 “사람들을 자극하고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 돈만 벌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술관은 “우리가 그저 돈을 벌려고 했으면 샤갈이나 피카소 그림을 전시하지 왜 나치 관련 미술을 전시하겠는가”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말 민감한 대목은 유태인들의 세력을 결집 혹은 확장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다.

“유태인은 현실적으로 미국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들이 아니다. 유태인이라는 용어는 미국 주류인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자극적이고 논란의 소지가 많다. 이번 전시는 유태인들을 자극해 전시 이상의 그 무엇을 얻고자하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비판론자)

“나치를 소재로 한 미술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런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민감하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 운운은 있을 수 없는 말이다. 이번 전시는 쓰라린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런 전시는 유태미술관의 영원한 과제다.”(유태미술관 관계자)

전시 논란이 이처럼 민감한 얘기로 이어지자 전시 개막일 매표소 설치 등을 놓고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전시회에 갈 계획도 없고 전시최 개최 여부에 관여하지도 않겠다”면서 뉴욕미술관위원회의 부위원장 자리를 사퇴하기도 했다. 자칫 사회적인 골칫거리로 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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