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김현식 '최후의 콘서트'…병상음악회 유작음반으로

  • 입력 2002년 2월 4일 11시 48분


가객(歌客)은 갔어도 그의 노래는 다시 온다.

1980년대를 풍미한 로커 김현식의 육성이 담긴 또하나의 유작 음반이 새로 나왔다.

최근 나온 ‘김현식, 병상에서’.

여기에는 김현식이 1990년 11월1일 사망하기 수개월 전 병상에서 부른 노래혼이 새겨져 있다.

김현식이 폭음으로 인한 간경화로 병원에 투병생활을 하던 1990년 여름. 그는 같은 병동의 한 여성 환자가 생일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통기타 한 대로 ‘병상 콘서트’를 열었다.

생애 마지막 ‘무대’, 그리고 관객은 환자와 수명의 간호사들.

김현식은 이 노래들을 담은 테이프를 그 여성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 그 여성은 퇴원한 뒤 CM송 가수로 김현식의 팬이었던 정희재씨에게 건넸고 정씨는 7, 8년간 혼자 김현식의 ‘마지막 순간’을 들어오다가 최근 음반으로 내놓기로 했다.

‘김현식, 병상에서’에 담긴 노래는 모두 17곡. ‘눈내리는 겨울밤’ ‘당신의 모습’ ‘재회’ ‘넋두리’ ‘비처럼 음악처럼’ 등 그의 히트곡과 ‘예스터데이’도 수록되어 있다. 이 노래 속에서 김현식의 자유로운 가혼(歌魂)이 통기타 하나만을 배경으로 절규하듯 장난하듯 이어진다.

“자 다음곡은 …입니다”에 이어 객석의 박수 소리, 옆에 있는 꼬마에게 “조용히 해 인마”라고 내뱉는 김현식의 목소리 등은 마치 그가 작은 축제를 벌이는 듯하다. 그러나 퇴원 환자가 인사를 하자, “이제 퇴원하는 거야”라고 묻는 그의 육성에서 삶에 대한 진한 미련도 느껴진다.

음반은 10년 넘게 묵은 테이프의 잡음을 여섯 차례 작업을 통해 깔끔하게 제거했으며 생전의 김현식과 함께 작업한 기타리스트 최태완이 덧입히기 반주에 동참했다. 6곡은 통기타 반주만으로 부른 원곡을 그대로 살렸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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