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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9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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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으로 축구 달마도를 그리는 스님이 있다. 경남 마산시 석전동 봉국사에서 수행과 함께 선화에 몰두하고 있는 동성스님(47).
지난해 11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기념 202인 초대전에 작품을 출품했을 때, 월드컵의 평화 이념과 달마의 구도정신이 서로 통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그 때부터 축구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그린 축구 달마도는 모두 10여점. 달마대사 1명이 공양구에 축구공을 올려놓은 모습을 담은 그림처럼 달마 1명이 등장하는 그림도 있고 여러명의 스님들이 경치 좋은 곳에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도 있다. 스님은 내친김에 올 4월 서울 세종문회회관에서 축구와 달마 를 주제로 한 그림 전시회를 열 생각이다.
축구공은 그에게 선(禪)세계로 향하는 매개체다. 둥근 공은 그에게 공(空)이고, 공은 곧 선이다. 축구 달마도는 공을 통해 보편적 가치인 진리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동성스님의 소망의 발현이다.
그는 "공을 즐기는 것과 불교의 공(空)사상은 모두 평화를 상징한다. 공 그림을 통해 달마의 공사상 선사상을 전파하고 싶어 축구 그림을 그리게 됐다" 고 말한다.
여덟살에 출가해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스물하나 되던 해 운보 김기창화백을 만나면서 완전히 미술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은 조선시대 달마도의 대가였던 김명국의 미술전통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그를 능가하는 달마도를 꿈꾸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