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종빈-김남진-이인-최석운 양평 양동면서 공동작품전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42분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1시간40분쯤 가면 양동역이 나온다. 경기 양평군 양동면. 양평읍에서 100리 정도 떨어진 곳으로, 조금만 더 가면 강원도 땅이다. 이 시골 마을에 미술 경사가 났다. 이곳에 살고 있는 네명의 작가가 주민들과 하나가 되어 전시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조각가 이종빈(47), 화가 김남진(42) 이인(42) 최석운 (41). 이들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사비나와 양평 양동면사무소에서 ‘양동 작업실 사람들’전을 열고 있다. 이 기획전은 단순히 작가들만의 전시가 아니다. 지역 주민들와 예술가들의 행복한 만남이다. 최근 들어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미술인들이 늘고 있지만 주민들과 동화되어 일체감을 갖고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드문 편.

그러나 이들은 마을 사람들과 한가족이다. 최씨가 양동마을에 둥지를 튼 것은 10년전. 나머지 3인은 5∼6년 정도 됐다. 이들은 진솔한 태도로 양동마을 사람이 되어갔다. 최씨는 지난해 마을 반장까지 맡았고 이인씨는 마을 청년회 활동을 할 정도다. 그러면서 양동마을 사람들의 삶, 그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담아낸 작품을 전시하고픈 꿈을 키워나갔다. 그 첫 결실이 이번 전시다.

주민들도 이들의 이번 전시를 발벗고 나서 도와주었다. 맹옥영 양동면장은 면사무소를 장소로 제공했고 흔쾌히 200만원을 내놓았다. 19일엔 면장과 지역 주민들이 작가들과 함께 면사무소에서 전시 축하 막걸리 파티를 열기도 했다. 면장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은 갤러리사비나 전시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다.

갤러리사비나의 이명옥 대표는 “이들의 양동마을에서의 작품 활동과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이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하나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한다. 이들 4인은 이번 전시에서 양동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다. 그것은 인간의 냄새가 나는 미술이다. 이종빈씨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부부가 서로 등을 돌리고 잠 자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슴 찡한 작품. 최씨는 대중 목욕탕에서 휴대폰을 들고 목욕하는 모습, 우리 안에서 우글우글 대는 돼지들의 모습을 통해 현실을 풍자한 작품을 선보인다.

최씨는 “미술하는 사람들이 따스한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한다. 맹 양동면장의 화답. “양평에만 미술인 200여명이 사는데 이들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작가들입니다. 작품 속에서도 우리들의 삶을 발견할 수 있어 주민들이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양동마을의 올 겨울은 유난히 따스할 것 같습니다.” 전시는 28일까지. 02-736-4371, 031-773-1001.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