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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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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이렇다. 한국에도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보석회사 불가리(Bulgari)는 웰든에게 작품속에 자사 홍보 내용을 넣어줄 것을 주문했다. 물론 불가리는 웰든에게 후원비 명목의 사례금을 적지 않게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그 문제의 작품이 바로 지난달 나온 소설 ‘불가리 커넥션’. 이 작품은 불성실한 남편과 사악한 두 번째 부인의 삼각관계에서 자유를 찾는 상류층 여성의 자아찾기를 그리고 있다. 웰든은 자신을 후원한 불가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보답’했다. 그는 소설 제목에 회사 이름을 명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한 매장, 친절한 종업원, 아름다운 보석 제품 등을 상세하게 칭찬했다.
미국 문단은 이같은 상업광고같은 내용을 작품에 쓴 것에 대해 발끈했다. 최근 뉴욕타임스 북리뷰에서 “소설에서 이보다 더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고 개탄한 여성소설가 실비아 브라운리그가 대표적. ‘당신이 부탁한 광고 여기에 있다’는 비아냥조의 제목의 글에서 그녀는 상업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인 웰든의 ‘용감함’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웰든은 이같은 소란을 예상한 듯 소설에 자기 변명조의 일화를 넣었다. 18세기 화가인 고야(Goya)는 나폴레옹의 동생 조셉의 초상화를 그렸다가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웰링턴 공작의 초상화로 둔갑시켰다는 것. 작품속의 여주인공은 이런 에피소드를 남편에게 전하면서 “화가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웰든도 같은 변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윤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