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오페라 '가면무도회' 연출 이소영…특유의 상징기법 펼쳐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42분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38)은 최근 색다른 선물을 받았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31일부터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 ‘가면무도회’. 이씨의 연출로 연습이 한창이던 어느날 어머니 황영금씨(연세대 명예교수·소프라노)가 꽤 오래된 장갑을 들고 그를 찾아왔다.

“얘, 이거 내가 1963년에 끼고 무대에 오른 건데, 이번에 네가 연출하는 공연에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지고 왔어.”(황영금)

장갑은 ‘가면 무도회’ 국내 초연때 주역 아멜리아의 황 교수가 사용했던 거였다.

어머니의 발성 연습을 자장가처럼 듣고 자란 ‘오페라 키드’ 이소영. 그는 이제 한국 오페라 무대와 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1999년 ‘라보엠’, 2000년 ‘마농 레스코’ ‘토스카’ 등 예술의 전당과 국립오페라단이 주최하는 야심작이 그의 손을 거쳤다. 적절히 상징적이면서, 무대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의 연출에 많은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물론 철저한 고증에 따른 무대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대를 완벽히 재현할 여건이 안될 바에야, 상징을 도입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봅니다. ‘이 시대를 사는 관객이 어떻게 작품을 받아들일까’에 연출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이번 무대에 ‘상징의 옷’을 풍요롭게 입힌다. 1막2장에서 점장이 울리카의 집은 손(手)모양으로 형상화된다. 보통 조명을 끄고 무대를 전환하는 3막 2장과 3장은 회전무대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도록 했다. 점차 고조돼오는 베르디의 음악, 그 에너지감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명을 꺼버리는 ‘단절’을 없애야 한다는 게 이씨의 판단.

그는 준비 단계에는 여러 가지 근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으나 이제는 개막날짜를 기다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고 웃음지었다.

“이소영씨는 힘이 있는 연출가입니다. 작품에 대한 욕심이 집요하고 공연 관련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논리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모두 관철시키죠”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재일교포 지휘자 김홍재는 손을 휘휘 저어가며 이씨의 ‘일 욕심’을 칭찬했다. ‘가면무도회’는 11월4일까지 공연된다. 3일까지 오후7시반, 4일 오후 4시. 02-580-1300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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