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복권당첨’ 형제-이웃 3인 그후 1주일]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21분



추석 선물로 가난한 형(36)이 식당종업원인 동생(32)과 고향의 이웃집 형님(39)에게 준 복권 중 3장이 10억, 8억, 7억원에 나란히 당첨돼 25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는 사연이 보도된 지 1주일.

당시 1, 2등 당첨금으로 한꺼번에 18억원을 받게 된 동생은 “1억원만 가지고 모두 형에게 주겠다”고 말했고 형은 “네명의 남매 (3남1녀)에게 골고루 당첨금을 나눠주겠다”고 했으며 형제는 “우리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웃집 형님이 10억원에 당첨됐으면 좋았을 텐데…”하며 아쉬워했다는 보도는 많은 이들을 참 행복하게 만들었다. “요즘 세상에 그런 형제와 이웃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들의 다짐은 과연 실현됐을까? 세 사람은 16일 오후 자신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플러스 플러스 복권 발행 주관사인 국가보훈처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복권사업단에 찾아와 당첨금을 수령해 갔다. 세금 22%를 공제한 수령액은 1등 7억8000만원, 2등 6억2400만원, 3등 5억4600만원. 세 사람은 상기된 모습으로 예금이 입금된 통장을 받아들었다. 엉겁결에 3등 행운을 차지해 5억4600만원을 받게된 고향 이웃집 형은 “20년 된 냉장고, 15년이 지난 세탁기를 계속해 사용해 왔는데 이제 집안 형편이 좀 나아지게 됐다. 빚 갚고, 집 한 채 사고 신세를 펴게 해준 두 동생에게 신세를 갚으며 살아가겠다”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은 곧바로 사업단측에서 제공한 승용차편으로 서울시내 모은행 본점으로 갔다. 그리고 동생은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기 전에 형님에게 통장을 만들어 입금해 드려야 한다”며 즉석에서 형 명의로 별도 계좌를 만들어 돈을 이체시켰다. 형은 “시골서 농사짓는 부모님께 돈 좀 보태드리고 나머지는 형제들이 공평하게 나눠 갖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뒤 그들의 신변에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

이들은 곧바로 자취를 감췄다. 신문 방송에 이런 사연이 보도된 후 어떻게 알아냈는지 연락처를 알게된 사람들이 잠시도 쉬지않고 연락을 취해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아우성을 쳐댔기 때문이다.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동생은 그동안 일하던 경남 진주의 식당에서 나와 형이 살고 있는 경기도 어느 도시로 잠적해 버렸다.

23일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동생은 수화기 너머로 지친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무 힘들다. 나도 물론 어려운 사람과 단체들을 돕고 싶다. 다 훌륭한 일을 하시는 것 아니냐. 하지만 한두사람이면 몰라도…. 액수도 10만, 20만원이 아니고….”

그러면서 그는 “세상이 우리 형제를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기자님들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24일 두 번째 통화에서 휴대전화번호를 바꾸겠다고 한 동생은 이후 신호가 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동생이 일하던 식당 주인(47·여)은 “엄청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우리 사회가 이들 형제가 고생 끝에 얻은 행운을 오붓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명철·이헌진·창원〓강정훈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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