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美 언론계"하루키를 주목하라"…NYT등 대형리뷰 게재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37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52·사진)의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소설로 평가되어 왔다. 그가 미국에서 당당히 순수문학 작가로 인정받으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수의 언론이 영어로 번역 출간된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다룬 대형 리뷰를 앞다투어 싣고 있는 것이 좋은 예.

이 소설은 22세 작가 지망생 여인 스미레가 17세 연상인 유부녀 뮤를 사랑하다 그리스의 한 섬에서 실종된다는 이야기로 국내에서 2년전 번역 출간된 작품. 당시 국내에서는 ‘통속적인 동성애 소설’ 쯤으로 평가받았지만 뉴욕타임스는 1997년 출간된 ‘태엽 감는 새’와 비교하며 “디 키리코의 그림 같은 차가운 초현실주의를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이 리뷰에서는 옴 진리교도를 인터뷰한 하루키의 르포집 ‘언더그라운드’의 내용과 이 소설의 신비주의를 연결시키면서 주인공 스미레의 실종 이유를 설명해주는 친절까지 베풀고 있다.

이처럼 하루키가 미국에서 좋은 평가를 얻는 것은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1989년 ‘양을 쫓는 모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권의 소설이 미국에서 출간됐고, 특히 1997년 ‘태엽 감는 새’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해외작가의 번역작품에 인색한 미국 언론도 지난해 ‘노르웨이의 숲’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등이 나올 때마다 적지않은 지면을 할애했다.

하루키가 미국에서 주목받는 데 이유에 대해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작품이 주목하는 ‘존재의 고독’이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는데다, 소설 곳곳에서 미국문화에 대한 해박한 이해가 미국인들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는 재일교포 2세로 나오는 뮤가 1950년대 미국의 보수주의를 비판했던 비트세대의 대표작가 젝 케루악(대표작 ‘길 위에서’)의 마니아로 그려지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교수는 “작품 외적으로는 그가 획일적인 미국문화를 예리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현지 언론에 꾸준히 기고한 덕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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