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보모도 '파란 눈'시대?…육아에 영어교육까지 일석이조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7분


김기연군이 호주에서 온 베이비시터 레베카와 공부를 하고 있다
김기연군이 호주에서 온 베이비시터
레베카와 공부를 하고 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이명애(李明愛·37·서울 강남구 청담동)씨는 이달초 초등학교 1, 2학년인 두 아들을 돌봐주던 한국인 여대생을 내보내고 호주 출신 보모를 구했다. 새 보모의 이름은 마리. 19세로 고교를 갓 졸업한 아가씨다.

연년생 형제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씨 부부가 올 때까지 마리와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공기놀이를 하거나 레고 블록을 쌓으며 논다. 저녁에는 동네 근처로 산책을 나가고 주말에는 이씨 가족이 마리와 함께 관광지를 돌며 즐긴다.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별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고가는 데 오래 걸려 외국인 보모를 두게 됐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애들도 맡길 수 있고 영어도 가르쳐주니 일석이조지요.”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을 ‘영어’로 돌봐주는 외국인 보모 중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아 활동 중인 사람은 10여명. 100시간 이상 보모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대학에 들어갈 학비도 벌고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겸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여성들이다. 이들은 6개월 계약으로 월 65만원 정도를 받고 입주해 하루 4시간, 1주일에 20시간 동안 아이들과 영어로 놀아준다.

외국인 보모를 찾는 주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자녀를 현지 어학연수 보내는 학습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외국 은행에 근무하는 이모씨(40·서울 성북구 돈암동)는 중학교 교사인 부인과 집을 비운 사이 초등학교 4학년과 7세인 자녀를 외국인 보모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해 겨울 호주로 한달간 어학연수를 보냈는데 한국 아이들끼리 있어서인지 영어가 별로 늘지 않았다”며 “차라리 집에 외국인을 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영어회화 공부를 위해 외국인 보모를 찾는 전업주부들도 있다.

이달 초부터 호주 출신 보모 레베카와 함께 사는 전업주부 서수정(徐秀正·38·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 레베카와 쇼핑도 하고 비디오도 같이 보면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보모 소개 전문업체 튜터링 코리아(02―333―4151)의 장영복(張榮福)실장은 “보모를 채용하기 전에 건강기록과 전과기록, 추천서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면서 “보를 아이 봐주는 하인 대하듯하기보다 외국에서 온 친구로 대해 잘 사귀어두면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 좋다”고 조언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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