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美 교과서'로 초등학생 공부시키는 인터넷학습 서비스 눈길

  • 입력 2001년 3월 28일 19시 05분


◇"美 초등교과서로 안방서 '유학'가요"

Which number is greater?―(a)78 (b)89 (c)90

What number comes before 50?―(a)51 (b)56

(c)49

미국의 초등학교 1학년용 수학문제. 영어를 잘 몰라도 문제 패턴이 눈에 들어오면 쉽게 풀 수 있다.

최근 초등학생에게 ‘미국 교과서’로 공부를 시키는 인터넷학습업체가 생겨나 서울 강남권과 경기 신도시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과서란 정확히 말하면 교과내용을 분석해 학생들의 방과 후 홈스쿨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참고서. 현재 미국 500여개 국공립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차일드유(www.childu.co.kr·02―783―8119)’가 판권을 사 3월부터 공개에 나섰다. 월정액 2만4700원을 내야하며 ADSL 등 초고속인터넷망이 없으면 속도가 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영어’를 도구로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미국사 등을 배우는 것이 기존 ‘영어를 위해 영어를 배우는’것과는 다른 점. 현실적인 영어 능력의 차이가 있으므로 학부모나 지도교사 없이 미국 어린이와 같은 학년대의 교과서를 학습하기엔 무리다.

특히 초등학교 1, 2학년 과정은 상당부분 미국교사의 녹음된 음성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웬만한 성인들도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저학년용 영어는 간단한 단어외우기가 주류지만 고학년으로 가면 분류 비교 유추 등의 개념정리가 나와 간단치 않게 느껴진다.

수학은 초등학교과정을 통틀어 덧셈 뺄셈 등 간단한 사칙연산과 도형문제가 주종을 이뤄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3줄이상의 문장으로 돼 있는 ‘응용문제’가 접근하기 어렵다.

과학은 ‘How To Rain(비가 내리는 원리)’을 설명하는데 물이 흡수돼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팽창해 비가 내리는 일련의 과정을 동영상과 음성으로 함께 들려주는 식.

‘차일드유’의 고영길 이사는 “‘영어적 사고’를 기르는 것은 역시 교과커리큘럼을 충실히 이행해야 나타날 수 있다. 조기유학에 대한 ‘범국민적 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김희진 교수(유아교육학)는 “여러가지 상황변수들 속에 단지 영어로 된 교과서를 배운다고 영어실력이 급진전하리라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며 “어릴 때부터 교과서 속의 그림이나 예, 하다 못 해 등장인물까지 미국적 상황과 문화에 길들여지는 것으로 인해 한국적 정체성을 쉽게 잃어버리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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